▶ 양당 초당적 합의 ‘옛말’ … 상대편 법안 죽이기 ‘혈안’

VA 주하원 타드 길버트 의장이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상원은 민주당이,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한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 치열한 ‘입법전쟁’이 한창이다. 초당적 합의는 사라지고 상대편 법안 죽이기에만 혈안이 돼 수백 개의 법안들이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하고 바닥에 나뒹굴 뿐이다.
지난 7일 회기 중반에 돌입하며 상원은 하원에, 하원은 상원에 각각 통과된 법안을 보내는(crossover) 마지막 날이었으나 많은 법안들이 이미 소위원회에서 부결됐고 상·하원에 보내진 법안들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발생한 끔찍한 총기사건으로 인해 총기 안전 구매에 대한 세금 공제를 제공하는 하원 법안(HB-2387) 정도가 초당적 합의를 거쳐 상원에 보내졌을 뿐 낙태·사법정의·교육 등과 관련된 법안들은 대부분 폐기됐다.
이에 민주당 마크 시클스 하원의원은 이번 회기에 상정된 법안들을 ‘브로셔 법안’(brochure bills)이라고 부른다. 선거를 앞두고 법안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선거 브로셔’(홍보물)와 같은 보여주기식 법안에 급급한 의원들의 선거운동만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공화당 타드 길버트 하원의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안들은 이미 해당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처리돼 본회의에 올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공화당 하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에 45일에 불과한 이번 회기 내에 상대방을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올해 회기는 지난달 11일 시작돼 오는 24일로 끝나지만 요청에 따라 1주일 정도 연장될 수 있다.
이미 수백 개의 법안이 폐기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부결된 가운데 민주당 샐리 허드슨 하원의원은 “당장 선거를 앞둔 의원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안에 자신의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올해 쟁점 법안들이 통과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통 주지사 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생각하지만 의회에 상정된 많은 법안들이 본회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 원내 지도부도 이와 비슷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버지니아 주 의회에 제출된 1,900여건의 법안 가운데 과연 몇 개의 법안이 살아남게 될지, 극심한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견제와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버지니아 유권자들이 감수해야 할 문제다.
<
유제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