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해 뜨는 언덕에 푸른 문패를 달고
희망 별정우체국이 문을 열었습니다
창문 아래 푸른 의자에 앉아 바라보면
우체국 앞에는 커다란 우체통이 있습니다
당신은 무거운 외투를 벗어 내려놓듯이
여기 슬픔을 벗어 놓으세요
세상을 온통 휩쓸고 간 역병 바이러스도
미움과 갈등, 분쟁과 다툼도 여기 넣어요
재활용 안 되는 수거함이거든요
희생된 가여운 영혼들을 위해 잠시 묵념한 후
문을 열고 우체국 안으로 들어서면
푸른 소인이 찍힌 편지를 받을 거예요
아직 봉인을 뜯지 말고 이 푸른 의자로 오세요
희망, 하고 부르면
푸른 갈기 날리며 달려오는 그가 보여요
눈 덮인 자작나무 숲을 지나 굽이진 길을 따라
잡목 숲으로 들어서네요
힝힝거리며, 흥겨운 휘파람을 불며
음표가 출렁거리듯이, 춤추듯이 오네요
절망이라 불렸던 시간이 꽃으로 다시 피는 건
희망, 그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에요
간절히 부를 때만 그는 달려와 주지요
그가 당도하기 전, 올리브나무 잎사귀를 물고 온
노아의 새를 날려 보낼 거예요
평화를 물어다 줄 비둘기를요
이제 푸른 소인이 찍힌 봉투를 열어 보세요
계묘년, 해 뜨는 언덕 희망 별정우체국에서
희망을 배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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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귀순 : 2000년 ‘펜과 문학’ 2회 추천 완료로 등단
시집 ‘오래된 편지’((푸른 사상) ‘백 년 만에 오시는 비’ (시산맥)
가산문학상, 제2회 동주 해외작가상, 제2회 배정웅문학상 수상
<
권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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