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추수감사절(Thanksgiving)에는 아이들과 둘러앉아 터키를 먹는다. 나한테는 터키가 별 의미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싱싱한 터키를 골라 해마다 특별한 요리법으로 좀 더 맛있게 구우려 노력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터키에는 별 관심 없이, 분주하게 뛰노는 것을 더 즐거워했다. 이렇게 지낸 지 몇 십 년이 흘렀고, 올해는 딸이 자기 집에서 땡스기빙 저녁을 한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몸만 오라고 했다. 어떤 터키를 살지 고민하지 않고 요리를 할 필요도 없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미국의 땡스기빙이 우리의 추석과 비교돼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막을 길이 없다. 추석은 풍성한 오곡백과의 추수에 감사하며 조상의 얼을 기리는 뜻 깊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땡스기빙의 의미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세월이 흘렀다. 이런 생각이 드니 공연히 마음이 어두워지고 가슴이 뭉클해 여태까지 헛산 것은 아닌가 싶다. 이런 혼잡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딸집으로 갔는데, 가족이 없는 딸 친구가 외롭고 해서 땡스기빙을 같이 보내기로 했다며 나를 차에 태우고 딸 친구 집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딸이 나한테 특별한 명령을 내렸다. 인도 친구는 외롭고 고립된 동성연애자이니 편견을 갖지 말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흠잡거나 얕잡아 보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것이었다. 딸 친구에게 묻고 싶은 것도 많고 가정 상황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지만, 조심하라고 해서 힘들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더군다나 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인이라 물론 터키는 상상도 못 했다. 색다른 땡스기빙을 보낸 뒤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으나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마치 어디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마음 한구석이 비어있는 것 같고 공허했다.
내가 누구한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니 더 중요한 것은 누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슴 한구석의 텅 빈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통계를 보면 전 세계의 33%가 외로움을 겪고 있고, 한국의 경우는 38%이란다. 외로움은 우울증, 공포증을 비롯해 각종 정신장애를 가져옴은 물론이고, 50% 이상이 치매, 29% 이상이 심장병, 32% 이상이 뇌졸중을 초래한다. 그러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로의 삶을 나누며 이해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있다면 텅 빈 마음이 채워져 행복지수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워드카운티한인시니어센터(회장 조영래)는 미국문화와 한국문화를 공유하며 겪는 삶의 경험담을 나누는 공간을 마련한다. 첫 만남은 정신과 전문의인 김면기 박사의 주관으로 15일(목) 오후 2시 콜럼비아 소재 골든리빙에서 진행된다. 문의 (443)761-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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