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여론전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추석 민심을 통해 '김건희 특검'에 대한 높은 찬성 여론을 확인했다고 보고, 여론전을 통한 강공 드라이브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임오경 대변인은 14일(이하 한국시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정치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특검을 할지 안 할지는 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 역시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적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전날 원내대표단과의 만찬 자리에서 "(민주당이) 좌고우면하기보다는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에 적극적으로 부응해나가야 한다"면서 당이 '김건희 특검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당초 여론의 역풍이 불 것을 우려, 실현 가능성보다는 정치적 레토릭 차원에 무게를 뒀던 것과 달리 당내 기류 역시 여론을 등에 업고 '강공 모드'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7, 8일 실시한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2.7%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32.4%)을 크게 상회했다.

당에서 자체적으로 돌린 여론조사 역시 과반의 응답자가 특검에 찬성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추석 민심을 통해 김 여사에 대해 수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인됐다"며 "국민의힘의 개별 의원들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론을 의식해 마냥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방위적 여론전을 통한 대국민 압박이 이어질 경우 여당인 국민의힘도 결국 여론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 나와 "여러 여건을 보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조응천 의원도 지난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더 무서워 보이는 법인데 이것을 꺼내버렸다"며 "역대 특검을 보면 어느 한쪽이 주장해서 성사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영부인에 대한 특검이 현실화할 경우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라는 현실적 문제도 난관이다. 당장 1차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부터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탓에 상임위 문턱에서부터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다.

우회로인 법사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카드 역시 '캐스팅보트'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서는 '상임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인 11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조 의원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본회의까지 통과한다 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국회로 돌아올 경우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당장 패스트트랙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조 의원에 대한 압박에 들어간 상황이다.

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을 맡은 박범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조 의원이 어떻게 해서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 한 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며 "본인의 앞으로 의정활동에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 의원이 '여야가 합의해 퉁칠 건 퉁치자'고 발언한 것을 두고 "시대전환이 말하는 전환이 권력자의 잘못은 대충 퉁치고 넘어가는 구시대로의 전환이냐"며 "잘못한 게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게 사회 통념"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