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세 여왕 1년 전부터 건강 문제…총리, 하원서 에너지 대책 논의 중 보고받아
▶ 밸모럴성 밖 지지자들 폭우 속 “하느님, 여왕을 지켜주소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96) 여왕[로이터=사진제공]
96세 고령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건강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국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찰스 왕세자 등 직계 가족들이 속속 모여들고 BBC는 정규방송을 끊고 여왕 소식을 생중계하고 있다.
왕실은 8일(현지시간) "주치의들이 이날 아침 더 살핀 뒤 폐하의 건강이 우려스럽다는 판단을 내놓고 의료진이 지켜봐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다"고 밝혔다.
왕실은 "여왕은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현재 편안한 상태"라고 전했다.
스코틀랜드 동북부 애버딘셔 지역에 위치한 밸모럴성은 통상 여왕이 긴 여름휴가를 보내는 곳이다. 가족들이 바비큐를 즐기는 등 추억이 많은 장소이기도 하다.
6일 이곳에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사임을 보고받고,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임명하는 행사를 치렀다. 이때만 해도 여왕은 지팡이를 짚긴 했지만 웃는 얼굴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구체적인 건강 상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앞서 7일에는 휴식을 취하라는 의사들의 권고로 하루 일정을 취소했다.
왕실 직계 가족들은 속속 비행기와 헬기 등으로 밸모럴성으로 이동 중이다.
찰스 왕세자 부부와 앤 공주,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등 여왕의 네 자녀와 윌리엄 왕세손이 이동 중이며 해리 왕자도 스코틀랜드로 향하고 있다.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 케이트는 개학 후 막 등교한 세 자녀와 함께 윈저성에 남아있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나라 전체가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왕실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고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등 주요 정치인들과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등이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해외 지도자들도 여왕의 안녕을 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트러스 총리는 의회에서 에너지 위기 대책을 내놓는 중에 긴밀히 보고를 받았고 하원의장은 잠시 논의를 중단하고 소식을 전달하기도 했다.
스카이뉴스는 의원들의 표정을 보면 사안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트러스 총리는 취임 직후 첫 조치로 가계 에너지 요금 상승 제한 등의 지원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었다.
트러스 총리는 그러나 오늘과 내일 밸모럴성에 갈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BBC 등은 정규방송을 끊고 여왕 건강 소식을 생중계하고 있다.
영국인들은 매우 무거운 분위기다.
왕실 홈페이지는 접속이 폭주하며 마비됐고 밸모럴성과 런던 버킹엄궁 밖에는 간간이 폭우가 내리는 중에도 여왕의 건강을 기원하는 지지자들이 모여 '하느님, 여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Queen)라고 말했다. 이는 영국 국가 제목이기도 하다.
여왕 소식을 함께 들은 영국 의회의 한 직원은 기자에게 "정말 사랑받는 분이었다. 너무 슬플 것 같다"고 말했다.
여왕은 70년 해로한 남편 필립공이 작년 4월 세상을 뜬 이래 쇠약해지는 모습이었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고 병원에 하루 입원한 뒤로는 예전 같이 정정하지 않았다.
올해 초에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했으며 최근에는 간헐적인 거동 불편으로 인해 의회에서 정부 입법계획을 발표하는 '여왕 연설'(Queen's speech)이라는 주요한 헌법적 기능을 찰스 왕세자에게 대리시키는 등 주요 일정에도 불참하곤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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