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킹엄궁서 여왕이 메이 총리 임명…다우닝가 10번지 여주인 맞아
"당신에게 의회 신임이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3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간)께 런던 버킹엄궁을 방문한 테리사 메이(59)에게 이같이 말했다.
메이가 영국 제76대 총리에 공식 취임한 순간이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1990년 총리에서 물러난 지 26년 만에 두 번째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메이는 다수당 대표 자격으로 버킹엄궁을 방문해 여왕을 알현하고 관례에 따라 여왕의 손에 입을 맞췄다.
여왕은 메이에게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메이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왕은 메이에게 "당신에게 의회 신임이 있다"고 말함으로써 메이를 총리로 임명했다.
영국 정부의 공식 명칭은 '여왕의 정부'(Her Majesty's Government)다. 여왕의 핵심 권한 중 하나가 총리 임명권이다. 매년 영국 의회 회기 역시 여왕이 개원한다.
메이보다 30분 전 먼저 버킹엄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여왕에게 사임 의사를 공식 전했다. 그 사이 잠시 영국은 '총리 부재' 상황인 셈이다.
총리 내정자 메이는 이날 정오 하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캐머런 총리의 마지막 의회 '총리와 질의응답'에서다.
예전처럼 캐머런 총리의 좌측에 자리잡았다. 메이의 옆에는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이 앉았고, 캐머런의 우측에는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이 자리했다.
영국 내각에서 총리 다음으로 높은 재무장관, 외무장관, 내무장관 등 3인방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정으로 캐머런이 2기 집권 1년2개월 만에 중도 사퇴하고 '2인자'로 꼽힌 오즈번 장관도 신뢰를 잃으면서 메이가 캐머런의 자리로 옮겨앉게 된 것이다.
몇 시간 뒤 총리에 오를 메이 내정자의 모습이 카메라에 여러 차례 포착됐다. 흰색 톱에 남색 스커트 정장 차림을 하고 방울이 큰 목걸이로 포인트를 준 메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서너차례 보였다. 이날 총리와의 질의응답은 총리를 날카롭게 공격하는 평소와 달리 캐머런에 대한 덕담들이 나오는 등 캐머런 환송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까닭이다.
메이는 질의에 나선 한 의원이 캐머런이 거둔 그간 성과를 칭찬할 때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의 머릿속은 일주일 뒤 이 시간에 자신의 옆인 앞좌석(front bench·내각 장관들)들에 누구를 앉힐지 고민이 떠나지 않았을 듯싶다.
메이는 질의에 나선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로부터 주택 부족을 해결하라는 요구를 '미리' 들으며 의회에서 사실상 첫 총리 대접을 받았다.
버킹엄궁을 나온 메이 신임 총리는 1km 정도 떨어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로 곧장 자리를 옮겼다.
메이는 관저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차기 총리로서 국정 비전을 발표했다.
발표를 마친 메이는 뒤돌아서 관저의 문으로 들어섰다. 대처에 이어 26년 만에 다우닝가10번지의 집주인이 된 순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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