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취재-한인노숙자, 그들은 왜 거리로?
▶ 잘나가던 사업가·갱·참전군인 등 다양, 타운 떠나 공항·커머스카지노 등 전전 타인종 비해서‘말쑥’실태 파악 어려워

노숙자들이 LA 한인타운 올림픽가 대로변에 폐자재로 얼기설기 만든 주거용 임시 텐트가 설치된 모습. 이 텐트에는 노숙자 5명이 기거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인 수철(58·가명)씨는 LA 한인타운 지역을 전전하고 있는 노숙자다. 그는 공짜 술을 위해 밤마다 한인타운 주점들을 전전했던 알코올 중독자였다. 한때 잘 나가던 사업가로 한국 가족으로부터 거액의 사업 자금을 받아가며 부유한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 재산은 한 푼도 남아있지 않고, 가족들도 그를 외면했다. 돌아온 것은 아파트 퇴거명령. 정신질환을 앓았던 아내의 지속적인 가정폭력도 그를 거리로 내몰았다.
#한인 택시회사에서 콜센터 직원으로 일했던 진수(가명) 할아버지는 가족에게 버림받아 노숙자가 된 경우다. 할아버지는 미군에 복무 중인 아들도 있지만 가족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안질환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맹인과 다르지 않을 만큼 약해져 버린 시력 때문이었다. 직장을 갖기 힘들었고, 딸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 역시 돌아갈 집이 없는 상태다.
LA시가 사상 초유의 ‘노숙자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한인타운 차가운 땅 바닥에서 하늘을 지붕 삼아 하룻밤을 버티며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한인 노숙자가 여전히 적지 않다. 현재 LA 한인타운 지역에만 한인 노숙자의 수가 100여명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인 노숙자들의 대부’로 불리는 김요한 신부가 7년째 운영 중인 LA 한인타운 8가 길의 ‘한인 노숙자 쉼터’에서는 사연 많은 한인 노숙자들의 인생역정을 들을 수 있었다.
LA 다운타운 의류업계에서 소위 ‘잘 나가던’ 사업가 인생을 살다 하루아침에 차가운 길바닥에 나앉게 된 노숙자가 있는가 하면, 한인 갱단원으로 활동하며 한인타운에서 한때 위세를 떨쳤던 한인도 있었고, 아프간 전쟁에 미군으로 참전했다 헬기에서 떨어져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1.5세 노숙자도 있었다.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한인 노숙자들이 몰렸던 한인타운 피오피코 도서관 인근 거리에서 노숙하던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올림픽가에서 히스패닉 노숙자들과 주먹다짐을 하면서 버티던 한인도 있고, LA 공항 대합실에서 쪽잠을 자던 노숙자도 있다. 구두닦이 할아버지로 낯이 익은 노숙자, 커머스의 카지노 주차장에서 차량노숙을 하던 도박중독자도 있었다.
김요한 신부는 LA 한인타운 지역에만 집이 없어 거리를 떠돌거나 매일 밤 잠 자리를 찾아 헤매는 한인 노숙자가 100여명은 될 것으로 추산했다.
김 신부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타인종 노숙자들과 달리 한인들은 차림새가 비교적 말쑥한데다 차량이나 찜질방을 전전하는 경우도 많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쉼터를 찾는 노숙자들이 늘어 이제 길바닥에서 자는 노숙 한인들은 줄었지만 여전히 100여명 정도의 한인 노숙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한인 노숙자 쉼터’가 생겨 거리에서 노숙하는 한인들은 많이 줄었지만 차량이나 카지노 주차장, 찜질방을 전전하는 ‘집 없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노숙자 비상사태’를 선포한 LA시는 지난 2015년 현재 노숙자 인구가 약 4만4,000여명에 달한다. 흑인(29%)과 라틴계(27%)가 대부분이며 한인 등 아시아계는 약 700여명 정도 2%를 차지한다.
김 신부는 “정신질환이나 행려병을 앓거나 중독자들인 경우 재활이 어렵고, 고령과 노환으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지만 생활고로 노숙자가 된 한인들은 작은 도움으로도 단기간에 새 삶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7년간 이 쉼터에서만 20여명의 한인 노숙자들이 직장을 구해 새 삶을 시작했고, 배우자를 찾아 결혼생활을 하게 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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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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