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면조 사면 공식행사는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부터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5일,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별 사면을 받은 칠면조 '정직'(Honest)과 '에이브'(The Abe)는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까?
정답은 '아니다'다. 농장을 떠나 통구이로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여타 칠면조보다 몇 달을 더 살 뿐이다.
미국 공영방송 NPR가 26일 전한 '칠면조 사면 행사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보면, 사면된 칠면조는 인간의 입을 즐겁게 해주려고 급속도로 살을 찌우도록 사육된 탓에 뼈와 장기가 몸을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손상돼 오래 살지 못한다.
사면받은 칠면조는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리스버그에 위치한 모븐 파크의 '칠면조 언덕'으로 보내진다. 이곳은 웨스트모어 데이비스 전 버지니아 주지사(재임기간 1918∼1922) 자택 안에 있는 역사적인 터키 농장이다.
그러나 역대 사면 칠면조 중 현재 '생존'한 것은 지난해 '치즈'와 2009년 '용기' 단 두 마리에 불과하다.
'치즈'의 짝이던 '맥'이 올여름 죽은 것을 보면 '용기'가 유례없이 장수하는 편이다.
1920년대 평균 약 6㎏이던 칠면조의 무게는 집단 사육이 보편화한 2013년 현재 두 배가 넘는 13㎏로 늘었다.
칠면조 사면은 칠면조 식육 판매 촉진에 앞장서는 이익단체 미국칠면조연맹이 주관하는 행사다. 단체의 건물도 백악관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미국칠면조연맹은 비밀경호국(SS) 요원 행세를 하는 가짜 경호 인력을 동원해 농장에서 공항까지 백악관 사면 칠면조를 호위하는 그럴싸한 '쇼'를 펼치는 데에도 아낌없이 돈을 쓴다.
대통령 사면 이벤트를 통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미국민이 중시하는 명절에는 칠면조'라는 인식을 주겠다는 계산이 바탕에 깔렸다.
미국에서 가장 힘이 센 대통령에게 칠면조를 진상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고 판매에서 도움을 보려는 시도는 1873년부터 이뤄졌다.
로드 아일랜드 주에서 '가금류의 왕'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던 호레이스 보스라는 칠면조 판매상은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에 칠면조를 백악관에 진상했다.
칠면조를 사면한 최초의 대통령이 누구냐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최초의 사면 대통령은 해리 트루먼(재임 1945∼1953년)으로 알려졌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트루먼이 1947년 미국칠면조연맹으로부터 칠면조를 받아 최초로 사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루먼 대통령 기념 도서관 측은 1947년 트루먼이 칠면조를 사면했다는 어떠한 증거 자료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2003년 밝혔다. 트루먼은 진상 받은 칠면조가 가족 만찬 테이블에 올랐다고 언론에 말한 적도 있다.
그보다 훨씬 앞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은 아들의 요청에 따라 성탄절 선물로 받은 칠면조를 살려줬지만 지금과 같은 '사면식'을 치르거나 '사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칠면조 사면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재임 시절이던 1957년부터 백악관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사면'이라는 말은 안 썼지만, 칠면조를 방면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아이들이 동물을 직접 만질 수 있는 동물원에 칠면조를 보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7년 '사면'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썼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공식 사면 행사는 1989년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부터 시작됐다.
동물 애호단체는 비인도적으로 사육된 칠면조를 사면하는 행사야말로 미국에서 가장 멍청한 전통이라고 비판하지만, 미국칠면조연맹은 추수한 곡식과 한 해 수확물에 감사를 드리는 추수감사절이라는 원래 의미에 걸맞은 행사라고 맞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