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 와 40년간 한국일보 스크랩
▶ 젊은시절 올림픽 승마 출전 기록도
올해 103세로 한국일보 40년 애독자인 김득조옹이 자택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펼쳐들고 미소 짓고 있다.
[본보창간 46돌, 최장수 독자 김득조옹]
“이민 후 40년 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국일보 봤죠"
1912년생으로 한국일보와 더불어 아침을 맞은 지 40년이 된 김득조(103)옹은 새벽 5시가 되면 어김없이 자신의 행콕팍 콘도 앞에서 신문 배달을 기다린다.
신문이 도착하기 무섭게 콘도에 거주하는 한인 구독자들 집 앞에 일일이 신문을 놓아두고서야 그는 거실 소파에 앉아 한국일보 신문을 펼친다.
1975년 10월 LA로 이민 와 제일먼저 한국일보부터 구독했다는 김득조옹은 “하루라도 신문을 읽지 않으면 뭔가 빠진 듯 허전해서 견딜수가 없다"며 “40년째 한국일보를 통해 한인사회와 미국, 한국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접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일보 정독이 끝나면 다음은 또 하나의 구독 신문인 LA타임스 순서다. “1964년 도쿄 올림픽경기에 국가대표 승마선수로 출전해 일본 선수를 이겼다"며 당시 신문 스크랩 액자를 보여준 김옹은 매일매일 LA타임스 스포츠 칼럼을 정독하고 그날 방영되는 스포츠 채널안내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100세를 넘긴 고령이다 보니 귀는 보청기마저 제 역할을 못하지만 시력은 돋보기의 힘을 간간이 빌리면 한글신문, 영자신문 모두 중요기사 스크랩이 가능할 만큼 정정하다.
“한국일보 창업주인 장기영 전 경제기획원장관과 인연이 깊어서 한국일보를 특별히 아끼지. 장 사주와는 선린상업학교 선후배 지간이야. 장 사주가 동창회 회장을 역임했을 때 부회장을 맡았고 장 사주가 경제기획원 장관시절이던 1967년 난 건설부 기획관리실장을 맡아 차관보를 지냈어"
40년 애독자 인터뷰를 하러 자택을 찾은 날, 김옹은 확대경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고장 난 줄을 수리하고 있었다. 보청기도 빼놓고 수리에 열중해 있는 바람에 코앞에 가서야 인사를 건넬 수 있었지만 활자를 조금 크게 해서 준비해 간 질문지를 받아 들고는 한글과 한자, 영어를 동원해서 명료한 답을 해주는 김옹의 비상한 기억력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실감하게 했다.
집안 곳곳을 장식한 액자들을 가리키며 그 때 그 시절을 설명하던 김옹은 76년 전인 1939년 7월14일 남산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그야말로 백년해로를 향해 가고 있는 아내 이수경씨와 네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1970년 MIT 경영대학원에 다녔다는 김옹은 1975년 미국으로 이민와 그 해 승마협회를 창립했다. 대한승마협회가 발족된 이래 한국은 헬싱키, 로마, 도쿄올림픽 경기에 출전했으나 이후 계속된 침체기로 올림픽 참여를 못한 것이 안타까워서였다.
후학 양성에 뜻을 두고 미주 한국일보를 찾아 ‘미국승마협회’ 창립 알리고 회원 모집을 했다는 김옹은 거실 장식장에 꽂혀 있던 두꺼운 ‘한국 승마사’ 책자를 꺼내 들고 1945년 전국 체육대회 승마 장애물경기 부문 우승, 제18회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승마선수 출전 등의 기억을 술술 풀어놓았다.
아침마다 아로마 스포츠센터까지 걸어가서 수영을 한다는 김득조옹.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운전은 물론이고 자동차 수리도 직접 했는데 이젠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에 더 이상 운전대는 잡지 않지만 신문은 절대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른 아침 깨어나자마자 조간신문을 주워들어 새로운 세상을 보는 재미, 김득조옹이 살고 있는 건강한 삶의 자양분이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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