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허 속 난민촌서 엄마·아빠와 생애 첫 의식 치러
▶ 구호품 배급에 2천여명 몰려…이중수령 막으려고 손등에 표시하기도
1일 오전(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툰디켈 광장에서 태어난 지 11일이 된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임시 거처인 천막에 잠들어 있다. 네팔에서는 아이가 태어난 지 11일이 되면 우리나라의 ‘100일’, ‘돌잔치’와 같은 축복 의식을 치른다.
네팔 대지진 이후 난민 캠프로 변한 카트만두 툰디켈 운동장 한쪽 텐트에서는 1일(현지시간) 아침부터 차파티(네팔 빵)를 굽고 과일을 씻는 등 분주했다.
바라 람 카르키(23)와 무라 카르키(19·여) 부부의 생후 11일 된 아들이 ‘느와란’ 의식을 치르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느와란은 힌두교도가 생애 처음으로 맞는 의식으로 이날 아들의 이름이 정해진다. 우리로 치면 100일 잔치, 돌잔치와 비슷하다.
가족들은 피난 생활 가운데에서도 깨끗하게 마련한 쌀과 과일, 돈을 여러 접시에 담은 뒤 장애물을 제거하고 지혜와 부를 관장한다는 가네샤 등 힌두교 신들에게 공물로 바쳤다.
몇시간 동안 축복을 빌던 제사장은 재난에도 튼튼하게 살아난 아이에게 네팔어로 ‘용감하다’는 뜻의 ‘바하두르’를 넣어 ‘예크 바하두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어린 아들을 따뜻하게 해주지도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히던 엄마 무라는 아들의 이름을 되뇌며 "아이가 아프지 않고 젖을 잘 먹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지진이 발생한 지난달 25일 태어난 지 5일 된 아들과 함께 카트만두 외곽의 한 병원에 있다가 지진을 만났다.
부부는 병원 건물이 흔들리고 유리창이 깨지는 상황에서 아들을 안고 건물 밖으로 나와 지진에 안전한 장소를 수소문한 끝에 이곳에 도착, 1주일째 살고 있다.
카트만두 시내에서 노점을 하는 아빠 바라는 "세들어 살던 집이 무너져 한참 이곳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이곳 난민 캠프를 관리하는 네팔군에서 구호품을 나눠준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텐트 안에 있던 2천여명이 한꺼번에 구호품을 받으려고 몰려들었고 군인들을 이들을 두줄로 세웠다.
1인당 배급품은 생수 한병, 라면 2개, 비스킷 2개, 당근 1개가 전부. 직접 와야 준다는 말에 두살, 세살 꼬마아이도 모두 고사리손을 펴고 나섰다.
군인들은 두번 받아가는 것을 막으려고 물품을 받으면 손등에 유성펜으로 표시를 했다.
물품을 받아가던 라샤니 구룽(16·여)은 구호품이 모자라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걸로도 그럭저럭 지낼 수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 그룹 ‘빅뱅’ 팬이라면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도 건넸다.
이곳 난민 캠프 책임자인 프라요그 라나 대령은 2천명까지 줄었던 이재민이 이날 다시 2천500명으로 늘었다면서 네팔 정부는 카트만두 시내 곳곳에 산재한 이재민들을 이곳으로 모아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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