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기자 “평양마라톤 가보니…”
▶ 30개국서 650명 참가, 가이드가 복장검사도
뉴욕타임스가 평양에서 열린 국제마라톤대회 취재기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스포츠 담당 기자인 주레 롱맨(60)이 이 대회의 해프 마라톤 코스를 직접 뛴 후 대회 과정을 기술한 체험기다.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4월15일)을 기념해 열린 올해 평양 국제마라톤대회에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30개국 650명의 외국인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했으며 미국에서는 롱맨 기자를 포함 100여명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롱맨은 대회일인 12일 오전 8시30분 북한 김일성 경기장의 5만 좌석은 거의 꽉 찼으며 예행연습에 따른 것일지라도 열광적인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북한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들과 잠깐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몇몇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지만 어떤 선수들은 낯을 가리는 듯 눈길을 돌렸다고 전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먼저 출발하고, 1시간 뒤 북한 선수들이 출발했다. 북한 선수 중에는 마라톤복에 런닝화 차림도 있었으며, 일부 여성 선수는 허리에 흰 띠를 묶고 달렸다.
롱맨은 “북한 가이드가 우리의 복장을 하나하나 세밀히 살폈다. 미국, 한국, 일본의 국기가 그려진 것은 금지됐고 제조사의 로고가 두드러져서도 안 됐다”며 “지난해에 한 참가자는 이를 위반해 청바지를 입고 뛰었던 것으로 보도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라톤 구간인 도로변에서 만난 시민들의 적극적인 반응도 적었다.
한 군인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고, 어린이들은 더 대담해 선수들과 손바닥을 마주치는가 하면, 영어로 “만나서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이름이 뭔가요” “몇 살인가요”라고 큰 목소리로 묻기도 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행크 마넨(36)은 젊은 여성이 그에게 손 키스를 보내는 제스처를 취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답례를 하고 나서 이제 저 여자는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뉴욕 출신의 리처드 프리드먼(67)은 교통정리를 하는 제복 입은 여성이 자신이 지나칠 때 윙크를 하는 바람에 가슴이 두근댔다고 털어놓았다. 롱맨에 따르면 여느 대회에서 볼 수 있는 이동 화장실은 평양 마라톤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표지판은 도로에서 가까운 화장실로 선수들을 안내했다.
그러나 어떤 화장실은 건물 2층에 있었고, 식품점·식당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촬영은 공식적으로 금지돼 있었지만 엄격한 규정은 아닌 듯 했다. 카메라를 빼앗는 사람도, 사진 찍히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도 없었다.
해프 마라톤 3위를 한 베이징 주재 이탈리아 대사관 직원 필리포 니코시아는 평양 마라톤의 분위기를 이렇게 말했다. “근본적인 변화라기보다는 미약한 개방이라고 봐야 한다. 뉴욕 필하머닉이 2008년 평양에 왔을 때처럼 대양에 떨어진 작은 물방울에 불과하다. 그러나 호기심은 곧 온기로 바뀔 기회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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