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성범죄로 두 차례 복역한 후 아이다호에 칩거 중
▶ ‘미해결 사건’ 계속 들추어 낸 형사의 끈질긴 집념으로
[해결 열쇠는 ‘유전자 정보’]
몇 년 동안 론 윈델은 같은 꿈을 되풀이해서 꾸었다. 남가주 포모나 경찰국의 은퇴한 살인전담 형사인 그는 그 꿈을 꿀 때마다 자신이 젊은 경찰관이던 시절부터 떨쳐버리지 못한 사건의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곤 했다. 1981년 발생한 6세 소년 제프리 바고 살해사건이었다.
꿈속에서 윈델은 어느 집 문을 두드린다. 한 사람이 나와 무슨 일이냐고 묻고 그가 이유를 설명하면 그 사람은 자신의 죄를 자백한다. “그러면 끝나는 것이지요”라고 윈델은 말한다.
꿈만 계속된 채로 2003년 윈델은 은퇴했고 그 케이스는 미해결 사건으로 남았다. 몇 년마다 한번씩 새 담당형사가 그 사건을 리뷰하며 그에겐 조언을 구해오기도 했지만 체포는커녕 새로운 단서 하나 발견하지 못했고 케이스는 매번 미결로 처리되었다.
그리고 지난달, 반쯤 옷이 벗겨진 소년의 시체가 포모나 한 공사현장 모래더미 뒤에서 발견된 지 33년 만에, 일련의 유전자 검사를 근거로 경찰은 아이다호 주의 한 리조트타운 내 한 주택의 문을 두드렸다.
문 안쪽에 서있는 사람은 케네스 라스무슨, 1980년대 어린이 성폭행 혐의로 두 번 복역했던 난폭한 성범죄자였다. 2007년 출소한 이후 거주하려던 동네마다에서 미디어 기사와 플라이어, 경고문등에 시달리다가 결국 아이다호의 부모 집에 얹혀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번도 그는 갈색 눈의 조숙한 소년 제프리를 잔혹하게 살해한 용의자로는 떠오른 적이 없었다.
윈델이 파트너와 함께 소년의 시체가 버려진 포모나 공사현장에 출동한 것은 경찰경력 6년째였을 때였다. 자신의 자녀들도 같은 나이 또래여서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6세 소년 납치와 살해는 빅뉴스였고 1,000개가 넘는 제보가 쇄도했으나 케이스는 미결인 채로 남겨졌다.
아무런 진전이 없는 채로 파트너가 은퇴했고 얼마 안 되어 윈델도 은퇴했다. “모든 형사에겐 떨쳐버릴 수 없는 케이스가 최소한 하나는 있게 마련이지요. 내게는 제프리 케이스가 그랬습니다”포모나 경찰국의 제니퍼 터닌 형사가 윈델에게 전화를 걸어 제프리 케이스를 재수사하겠다고 알려온 것은 지난해였다.
라스무슨을 수사하던 당국에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라스무슨이 1987년 3세 소년을 납치해 성촉행한 혐의로 구속되어 두 번째로 복역할 당시였다.
“그는 자신이 18세 이후로 최소 10건의 아동성범죄에 관련되었다고 인정했다”고 라스무슨을 상담한 심리학자는 법정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15세 때 6세 소년을 성폭행한 사실도 인정했다. 1981년 산타바바라에서 11세 소년을 “개 찾는 것을 도와달라”며 공원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2년 동안 복역한 전과가 있었다.
6년 후 LA에서 다시 3세 소년을 납치하여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그는 17년형을 받았다. 형량을 채운 후 그는 아타스카데로 주립병원으로 옮겨졌다. 폭력적 성범죄자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치료 감호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라스무슨은 성욕 억제제 루포를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첫 복역 후 의사들은 그가 의료진을 속일 수 있을 만큼 영리하고 “극단적으로 교활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의료전문가들은 면밀한 감시와 가족들의 도움, 그리고 그의 남성 호르몬을 ‘거세 수준’으로 감퇴시킨 약물치료의 효과로 라스무슨이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출소하면서 라스무슨은 규정에 따라 성범죄자로 등록해야 했는데 아이다호의 부모 집으로 들어가기 전 산타바바라와 워싱턴 오리건 등을 전전한 것으로 나와 있다. 2008년엔 한 판사가 앤텔롭 밸리로 이사하겠다는 그의 요청을 기각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라스무슨이 아이다호에서 조용히 칩거하는 동안 포모나의 터핀 형사는 1981년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유전자 증거를 다시 제출했다.
그리고 이번엔, 안타를 친 것이다. ‘라스무슨’이라는!라스무슨이 거주하는 아이다호 리조트타운의 주민들은 그가 들어와 사는 것에 불안해했다. 더구나 라스무슨의 부모 집은 아이들이 여름 수영을 즐기는 공원 바로 옆이었다.
유전자 일치 판정이 나온 후 경찰은 라스무슨의 집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간 것은 감시 사흘이 지나서였다. 그리고 3월27일, 53세의 케네스 라스무슨을 체포했다. 제프리를 목졸라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윈델에게 그것은 수십년을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아직 제프리의 부모가 생존해 있을 때 검거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제프리의 부모, 밥과 코니 바고는 아들이 사라진지 5년이 지나서야 아들의 방을 치우기 시작할 수 있었다. 아들의 슬리퍼, 가운, 작은 장난감 자동차, 스타워즈 컬렉션 - 이 작은 유품들에 아들의 온기가 남은 듯해 그들은 매달렸다.
“몇 달 전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었다고 알려온 터빈 형사는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테니 기다리라고만 했지요. 그 후 유전자가 일치한다고, 또 다시 얼마 후엔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우린 펄쩍펄쩍 뛰면서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언제 친척이랑 친구들에게 알려도 되냐고 물었더니 지금해도 된다고 하더군요”라고 바고 부부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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