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제타호 발사 10년8개월만에 도달
▶ 목성 주위 ‘67P’ 태양계 형성 비밀간직
유럽의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의 탐사로봇 ‘필레’(Philae)가 12일(세계 표준시 기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착륙하면서 우주탐사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됐다.
유럽우주국(ESA)이 2004년 3월 발사한 무인 우주선 로제타호는 10년8개월 동안 지구-태양 거리의 42배가넘는 65억㎞를 비행한 끝에 목성의 혜성인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에 도달해 탐사로봇을 목표지점에 정확히 내려놓았다.
100kg가량의 무게를 지닌 탐사로봇 필레는 세계 표준시 기준으로 이날 오전 8시35분 모선인 로제타호를 떠나 약 22.5km를 낙하하고서 7시간만에 이 혜성 표면 ‘아질키아’에 안착했다.
2005년 7월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우주탐사선 딥 임팩트호의 충돌체를 혜성 템펠 1호에 충돌하는 실험을 한 적은 있지만, 혜성 표면에 탐사로봇을 착륙시켜 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지구로부터 5억1,000만㎞ 떨어진 67P 혜성은 마치 고무오리 장난감처럼 2개의 큰 덩이가 목으로 연결된 모습이어서 ‘오리 혜성’으로도 부른다. 태양 주위를 6년반에 한 바퀴씩 돈다.
무게 3t의 로제타는 대체로 원형궤도를 따라 비행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내행성들에 근접비행(플라이바이)해 이들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도를 붙여 왔다.
우주탐사 역사의 가장 큰 ‘도박’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번 혜성 탐사에는 총 13억유로(약 1조7,800억원)가 들었고 준비와 항해에 20년 이상이 걸렸다.
로제타호는 행성이 생성되기 전인 46억년 전 태양계 생성 초기에 기원한 이 혜성의 비밀을 밝혀내도록 발사됐다. ‘더러운 눈덩이’로 불리는 혜성은 태양계 형성 당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로제타호와 필레가 보내오는 자료는 태양계 진화 역사와 나아가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제타는 이미 11년에 가까운 항해기간에 과학자들을 매혹할만한 많은 우주 정보를 보내왔다. 2008년 9월 지구에서 약 3억6,000만㎞ 떨어진 지름 4.6㎞의 스타인스 소행성에 800㎞ 이내로 접근해 표면을 근접촬영함으로써 원거리 혜성 탐사의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어 지난 2010년 7월 소행성 루테시아에 3,000여㎞까지 접근, 찌그러진 감자모양의 이 소행성이 두꺼운 파편 먼지를 두르고 있음을 밝혀냈다.
특히 그동안 로제타호가 보내온 자료들은 소행성(rogue asteroid)이 지구와의 충돌 코스로 들어올 때 지구를 구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지구와 충돌하려는 소행성의 밀도를 알아야지만 이를 폭파할지, 궤도변경을 시도할 지 결정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로제타를 통해 파악한 소행성의 질량과 밀도가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인류 최초로 혜성 표면을 탐사하기 위해 모선인 로제타호에서 분리돼이날 67P 표면에 착륙한 필레는 카메라와 드릴, 분쇄기 등 10개의 실험장비를 갖췄다. 카메라와 각종 과학실험장치가 장착돼 있다. 필레는 혜성 표면에서 30㎝가량 아래에 있는 토양을 채취해 화학적으로 분석하는 등 최소 3개월가량 탐사작업을 벌일예정이다.
그러나 세탁기 크기의 필레가 기온이 낮은 67P에서 얼마나 오래 정상적으로 작동할지는 예상이 어렵다.
필레는 2∼3일가량 자체 에너지를 이용해 작동하고 이후에는 몸체를 둘러싼 태양전지판으로 충전한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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