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이 대부분인 주민들 공사장 입구서 경찰과 대치 “송전탑 이고 어떻게 사나” “여기서 죽을 것” 격앙 경찰 3000여명 배치 “폭력 행사 땐 전원 체포”
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하루 앞둔 1일 경남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765kV 송전탑 공사현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주민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밀양=연합뉴스
1일 오전 11시 경남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765㎸ 송전탑 공사 현장 입구. 공사에 반대하는 마을주민 40여명과 경찰 30여명이 대치 중인 가운데 분위기는 매우 격앙돼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대부분인 반대 측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민주주의의 경찰이냐, 한국전력의 경찰이냐”를 외쳤고, 한 70대 주민은 경찰과 실랑이를 하던 끝에 잠시 실신하기도 했다. 이모(66) 할머니는 “어떤 사람이 고압 송전탑을 머리에 이고 살고 싶겠냐. 난 내일까지 여기서 안 나갈 거고, 공사가 시작되면 여기서 죽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슷한 시각 한전은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년 넘게 끌어온 밀양 송전탑 공사를 2일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공사를 전격 재개했다 1주일여 만에 중단한 지 126일 만이다. 이 소식이 미리 전해지면서 밀양 주민들은 일찌감치 현장으로 몰려온 것이었다.
한전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도 발표했다. 한전은 “국가 기반사업인 송전선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전 국민이 큰 걱정을 하는 현 상태가 지속돼선 안 된다는 게 대다수 밀양 주민의 의견이라고 본다”며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최대한 충돌을 피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모든 주민을 설득하지 못한 데 대해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공사지역 주변 30개 협의 대상 마을 가운데 8개 마을은 공사 재개에 합의를 했고, 10개 마을은 공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양해각서를 맺었다. 주민 60%가 동의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도 다음날 공사재개에 따른 주민충돌에 대비, 공사현장 5곳에 20개 중대 2,0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하며 주민들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나섰다. 2일부터는 32개 중대 3,0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창원지역 검찰과 경찰은 이날 공안대책지역협의회를 열어, 공사현장을 점검하거나 폭력을 행사할 경우 전원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강경대응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공사가 원활히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70~80대 고령이 대다수인 반대 주민들의 격렬한 공사 저지 움직임이 예상되기 때문. 또 다른 공사현장에서 만난 한옥순(66) 할머니는 “살아서는 송전탑이 세워지는 것을 볼 수 없다. 우리가 죽으면 해결이 될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예상치 못한 물리적 충돌이나 불상사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은 2일부터 한전 본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계삼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송전선 경과지역의 주민 63%인 2,207명이 보상안 반대서명을 한 상황에서 공사 강행은 명분이 없다. 공권력을 당장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양=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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