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를 함께하며 최근 금혼식을 치른 정규식·조귀자 부부. <사진제공=정씨 가족>
부부가 반세기를 함께 하면 정말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지난 14일 결혼 50주년을 맞아 금혼식을 거행한 정규식(78)·조귀자(74) 부부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이들은 “보다 정확히 말하면 친구를 넘어서 때론 오누이 같고, 가끔은 애인 같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웃었다.
정씨 부부는 “살면서 물론 의견충돌도 있고 싸우기도 했지만 서로 사랑하고 인내하며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젊은 후배 부부들에게 50년 사랑의 비법을 전했다. 이들 부부의 첫 만남은 1950년대 말 서울의 한 학원에서 운명처럼 이뤄졌다. 대학생 신분으로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정씨가 당시 고3 수험생이던 부인 조씨를 만났던 것.
정씨는 “처음엔 마음에만 두고 있었다가 나중에 부인이 대학에 진학하고 본격적으로 만났다”며 수줍게 고백했다. 이들 커플은 3년을 연애하며 알콩 달콩 사랑을 키우다가 1963년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 초기엔 어려움도 많았다. 정씨가 이북에서 내려왔다는 이유로 취업이 제대로 되질 않아 생활고까지 찾아왔다. 어쩔 수 없이 정씨는 베트남으로 가서 무역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갓 태어난 아이 둘과 아내 조씨를 남겨두고 서울을 떠났다.
정씨는 “4년을 베트남에서 일하느라 아이들이 크는 모습도 제대로 보질 못했다”며 “이때 아내가 아이들을 잘 키우며 내조를 잘해줘 늘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여자 입장에선 화가 날 일도 많았을 텐데 꾹 참아준 적도 많고, 성경을 읽으며 묵묵히 신앙의 힘으로 이겨 내더라”며 부인 조씨의 희생에 감사했다.
“그 후로도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내의 희생이 지금의 행복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해요. 지금 우리 부부에겐 자녀 둘과 손자손녀 네 명이 있죠. 그 어떤 것보다 귀하답니다.”
1980년부터 뉴욕에 정착한 이들 부부는 날이 쌀쌀해지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플로리다에서 시간을 보낸다. 함께 골프도 치고, 외식도 하면서 지난날을 추억하고 회상하는 일로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정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아직도 서로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팔십이 다 된 이 나이에 쑥스럽게… 그냥 이렇게 말할래요. 당신 좋아한다고.”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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