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정빈
무량사 법사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저에게 선물로 골프 세트를 한 벌 갖고 오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평소에 골프를 치지 않을 뿐아니라 앞으로 골프를 칠 생각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곤란해졌습니다. 그것을 받자니 쓸 데가 없고, 안 받자니 그분의 성의를 소홀히 대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어차피 내가 쓰지 않을 물건이라면 꼭 필요한 다른 사람이 그 물건을 가지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저는 그분에게 이 물건을 되가져가시라, 이 물건은 제게는 필요가 없지만 다른 어떤 분에게는 꼭 필요할 것이다, 그러니 그런 분에게 이 물건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 라고 말씀드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경우 그분은 무척이나 상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이런 곤란한 상황, 이편을 선택하자니 저편이 문제가 되고, 저편을 선택하자니 이편이 문제가 되는 상황을 만나곤 합니다. 문제는 두 경우 모두 일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저의 경우로 보면, 골프 세트를 받는 쪽에도 일리가 있고, 받지 않는 데에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두 일리 중에 어느 편이 더 중요한가, 또는 어느 편이 더 먼저인가를 판단, 결정해야만 했습니다.
먼저 생각할 것은 누군가에게 값 나가는 물건을 준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큰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물건이 아니라 그 호감입니다. 순서를 매긴다면 호감이 먼저이고, 그 호감의 표현물인 물건은 그 다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로써 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보다 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졌습니다. 두 가지 합당한 일리 중에 그분의 호의를 정성껏 잘 받아드리는 것이 우선이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 분명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분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골프 세트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거기에서 끝나지는 않습니다. 그분이 저에게 골프 세트를 주신 것은 제가 혹 운동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그럼으로써 건강이 약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골프 세트를 받기만 하고 그것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비록 제가 감사의 마음으로 선물을 받았다고는 해도 진정으로 선물을 받은 것이 아닌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저는 더 열심히 골프 아닌 다른 운동을 하여 저의 건강을 잘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더 좋아진 건강을 바탕으로 제삼의 다른 분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그분의 저에 대한 호의가 저를 거쳐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미칠 때, 그 공덕은 저의 공덕인 한편으로 그분의 공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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