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한인사회뿐 아니라 주류사회도 장기 경기침체로 고통스럽게 보낸 한 해였다. 대통령선거와 함께 전국적인 관심 속에 치러진 워싱턴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제이 인슬리 후보가 공화당의 랍 맥케나 후보를 누르고 당선돼 ‘올림피아 청사’의 수장으로 등극했다. 미국민들 사이에 진보의 첨단으로 평가되는 마리화나와 동성결혼이 주민투표로 합법화됐고, 총기사건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부인의 실종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남편이 어린 자녀 두명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등 끔찍한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본보가 선정한‘2012년 서북미 톱 10 뉴스’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 주지사 당선
현역 연방하원 의원이었던 제이 인슬리 후보가 지난달 6일 선거에서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워싱턴주가 민주당의 아성임이 또다시 확인됐다. 인슬리 후보는 현직 주 법무장관인 공화당의 랍 맥케나 후보와 끝까지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인 끝에 51%-49%로 승리, 워싱턴주 제23대 주지사에 올랐다. 맥케나 후보는 주단위 선거에서 두차례나 당선돼 지명도에서 앞섰고 출사표도 먼저 던져 초반에 줄곧 앞서나갔으나 인슬리 후보는 예비선거를 기점으로 맹추격을 시작, 끝내 역전드라마를 연출했다. 워싱턴주 최대도시인 시애틀과 최대 카운티인 킹 카운티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승리를 거머쥔 인슬리 당선자는 “워싱턴주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늘리는 한편 교육과 의료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달 취임하는 인슬리 당선자는 주지사 인수위원회에 한인인 김혜옥씨와 메릴린 스트릭랜드 시장도 포함시켰다.
기호용 마리화나도 합법화
워싱턴주 유권자들은 지난달 선거에서 핵심 안건이었던 마리화나 합법화 주민발의안(I-502)을 통과시켜 미국 역사상 중대한 변환의 획을 그었다. 이 선거에서 56%-44%의 압도적인 찬성율로 통과된 이 발의안이 확정됨에 따라 지난 6일부터 워싱턴주에서는 21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1온스 미만의 마리화나를 소지하거나 끽연할 수 있게 됐다. 발효 첫날 다운타운의 스페이스 니들 근처에 수백명이 모여 일제히 대마초를 피우며 파티를 벌였으나 경찰은 단속하지 않았다. 이 법은 마리화나의 공공연한 끽연행위에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행위처럼 50달러 벌금티켓을 발부하도록 돼 있다. 주정부는 마리화나의 재배, 판매 합법화를 통해 향후 5년간 19억 달러의 세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연방법은 마리화나 소지나 끽연을 여전히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주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해 간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동성간 커플에게도 결혼 증서 발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스타벅스 등 대기업들의 지지를 받으며 종교계와 보수층의 반대를 넘어 54%의 지지로 통과된 동성 결혼법이 지난 6일 0시 발효되면서 워싱턴주는 뉴욕, 코네티컷ㆍ아이오와ㆍ매사추세츠ㆍ뉴햄프셔ㆍ버몬트주 및 워싱턴DC와 역시 지난달 선거에서 통과된 메인 및 매릴랜드주와 함께 동성결혼 합법화 주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이 법이 발효된 6일 0시 1분부터 킹 카운티와 서스턴 카운티 정부는 동성커플들에 결혼 증명서를 발급했고 100여 쌍이 청사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당초 동성결혼법은 주의회를 통과한 뒤 크리스 그레고어 주지사가 올 초 서명을 마쳐 6월부터 발효될 예정이었지만 한인교회를 포함한 보수세력이 앞장서 상정한 동성결혼 찬반 주민발의안의 투표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행이 보류됐었다.
실업률 호전… 경기 회복은‘글쎄’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2012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부풀었으나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시장이 안정되면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은 계속 제기됐지만 실질적인 체감 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업률은 올초 8%대 후반에서 12월 7%대로 진입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재정절벽’으로 인한 소비심리 둔화와 유럽 경제 악화 등으로 미국 경제가 상당기간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재정절벽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사회보장프로그램 개선과 세제개혁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놓고 정치권 공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약세인 미국경기의 영향으로 워싱턴주 경제도 내년에도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재정절벽 문제가 해결될 경우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은 상태다.
시애틀 지역 부동산 시장 활기
미국 불황을 유발했던 부동산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올해 들어 활기를 되찾았다. 주택가격은 꾸준히 상승했고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부동산 매매시장에 나온 매물은 바닥이 날 지경이었다. 시애틀 지역의 주택가격은 10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 나온 물량은 11월 기준 전년 대비 43%나 줄어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하자 이를 반기면서도 ‘재정절벽’ 타결 여부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또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드리커 판매 민영화…가격은 올라
지난해 주민투표로 확정된‘하드리커 민영화 주민발의안(I-1183)’이 지난 6월1일을 기해 시행됐다. 주민투표에 상정될 때까지만 해도 법안이 통과되면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설이 있었지만 시행된 이후 관련세금이 오르면서 가격도 오히려 동반 상승했다. 1만 평방 피트 이상의 대형 마켓들은 위스키, 보드카 등은 물론이고 한인들의 기호품인 소주 등 하드리커를 판매하면서 매상이 증가한 반면 소규모 자영업형태의 그로서리 업소들은 하드리커를 취급하지 못해 경쟁에서 뒤처짐에 따라 업주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하드리커에 대한 세금이 적은 이웃 오리건주와 아이다호주에서는 싸게 주류를 구입하려는 워싱턴주 주민들이 몰리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도지역에 새 농구장 건설 결정
미국 프로농구팀(NBA)의 시애틀 재유치 염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투자전문가 크리스 핸슨이 다운타운 소도지역에 대규모 실내 경기장을 건축하는 안을 내놓고 킹 카운티와 시애틀시의회가 이를 통과시키면서 NBA 농구팀 유치 기대감에 부풀었다. 핸슨은 농구장 부지를 추가로 매입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고 11월에는 신설 농구장의 조감도가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하지만 농구장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농구장이 건설되면 인근 지역의 교통정체가 더욱 심화된다며 항만노조와 시애틀 매리너스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 실내 경기장은 프로농구뿐 아니라 프로 아이스하키팀도 유치할 예정이다.
총기사고로 얼룩졌던 한해
미 전국이 잇따른 총격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던 금년에는 서북미지역도 각종 총격사건으로 얼룩졌다. 새해 첫날인 1월1일 마운트 레이니어 국립공원에서 공원 경찰인 마가렛 앤더슨이 범죄 도망자 벤자민 콜튼 반스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2월에는 부인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조쉬 파웰이 그래함 지역 임대가옥에서 아들 2명을 살해하고 집을 폭파시켜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고 5월에는 워싱턴대학(UW) 인근 카페에서 무차별 총격사건이 일어나 3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최근에는 오리건주의 클락카마스 쇼핑몰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2명이 숨졌으며 용의자도 자살했다. 몰안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한인 김록상씨는 범인과 맞닥뜨렸으나 목숨을 구해 뉴스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JBLM 소속 하사가 아프간서 민간인 학살
이라크전에 3차례나 파병됐던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JBLM) 소속의 로버트 베일스 하사가 지난 3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 16명을 무차별 총격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군당국은 베일스 하사가 새벽 3시경 부대를 빠져나와 남부 칸다하르 주의 첫번째 마을에서 총기를 난사했고 부대로 돌아온 후 두번째 마을로 이동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검찰은 타코마 기지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베일스 하사에 대해 사형을 구형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베일스 하사의 피살자 가운데 다수가 여성 혹은 어린 아이들로 밝혀져 아프간에서는 반미폭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베일스의 변호는 시애틀지역 유명 변호사인 존 헨리 브라운 변호사가 맡았다. 그는 베일스 하사가 PTSD 증후군으로 사건 당시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치로 스즈키 양키스로 이적
지난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로 영입된 후 11년간 메이저리그의‘안타제조기’로 명성을 날렸던 이치로 스즈키가 올해 시애틀을 떠났다. 이치로는 지난 7월 23일 뉴욕 양키스의 마이너 리그 투수인 D.J. 미첼과 데니 파콰와 트레이드 됐다. 이치로는 매리너스 입단 이래 아메리칸 리그 MVP와 신인상을 거머진 후 2010년까지 10년 연속 3할 타율로 200안타 이상을 때려내는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2012년 시즌부터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고 2012년 트레이드 전까지 .261의 타율로 구단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스즈키는 양키스로 옮긴 뒤 다시 타격이 살아나면서 최근 2년, 1,3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해 내년도 메이저리그 선수생활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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