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섹스클럽

“내 사랑이여, 어서 와서 거세고 탐욕스런 당신의 두손으로 저를 안아주세요. 내 몸이 나무토막이 아니라 폭신폭신한 빵처럼 부푸는 것을 느껴요.”

여성운동의 선두주자로서 ‘20세기의 지성’으로 불렸던 시몬느 드 보봐르는 미국의 작가 넬슨 앨그렌에게 이렇게 연애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아무리 지성인이라도 머리만 굴리는 것이 아니라 몸의 욕구도 충족되어야 살 수 있는 인간임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지성인의 집결체인 대학, 그것도 하버드에서 섹스클럽이 공식적으로 최근 출범했다. 1년전 비공식적으로 모임을 시작한 후, 현재는 정회원이 30명으로 늘었고, 준회원 80명이 확보되었다. 클럽활동의 요지는BDSM(결박ㆍ채찍질ㆍ가학ㆍ자기학대), 즉 정신적ㆍ육체적 학대를 주고 받음으로 성적 쾌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모여 솔직 담백하게 섹스에 관해 토론하고 서로 경험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섹스행위에 편견을 가진 학생들을 이해시키려는 취지도 있다.

“그 동안 지도교수를 찾지 못해 지연되었는데 이제 대학으로부터 인가를 받아 기쁘다”고 클럽 창시자 마이클은 귀띔했다. 또한 한 여학생은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을 가졌나 고민해왔는데 동아리에서 서로 부담없이 토론하며 즐기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해졌고 안전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주저없이 말했다. “남친이 나를 침대 밑둥에 두손을 묶고, 무릎을 꿇게하고, 욕설을 퍼부며 행위를 할 때 가장 기쁘다”며 속에 묻어 두었던 것을 털어놓을 수 있어 홀가분하다고 또 다른 여학생이 거들었다. 저스틴 르밀러 심리학 교수는 “주류에서 분리된 소수이지만 자신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섹스클럽을 통해 깨닫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회원들을 격려했다.

학생이 개인적으로 변태적인 섹스를 원하면 캠퍼스의 리스트 서브같은 사이트에서 얼마든지 파트너를 구할 수 있는데 구태여 대학측의 공식적인 승인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 클럽이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으면 캠퍼스에 포스터를 붙이고, 학교 신문에 광고를 내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할 수 있다. 나아가 모임 때마다 필요한 음식, 다과를 준비할 수 있는 비용 등 제반 운영자금도 대학측으로부터 조달 받을 수 있다. 바로 집단적 파워 형성이 목적이다.

BDSM을 육체적으로 온전히 경험함으로 쾌감을 느끼는 수준이 영적인 경지에 다다르고 그것을 다른 학생들과 나눔으로써 캠퍼스와 사회가 터부시 하는 것을 무너뜨려 보겠다는 의도다. 그들에게는 ‘Conversio virium (Exchange of Powerㆍ파워의 교환)’이 표어다. 섹스클럽 창시자와 회원들의 목표는 분명하다. 성도착자 혹은 변태라는 손가락질 받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소수의 경험을 다수가 잘못되었다고 지적, 멸시할때 그것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다수를 전향, 수용하는 것이다.

섹스클럽의 회원들과 일부 교수들은 그들의 활동을 변태라고 부르지 않고 진취ㆍ모험ㆍ새로운 경험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여동생이나 딸이 손이 묶이고 폭행을 당해도 여전히 그것을 진보, 자유로운 경험이라고 주장할까. “나는 이 땅에 원대한 꿈을 안고 왔다. 나는 좀 더 훌륭한 법률가ㆍ과학자ㆍ신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꿈이 나의 후학들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라는 소원으로 하버드를 설립한 존 하버드가 오늘 섹스 클럽을 방문한다면 뭐라고 할까. 아마도 캠퍼스 전체를 불태우고 다시 시작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