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내놓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최대의 관심사는 가격일 것이다. 내 집을 얼마에 내놓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보러 오고 사겠다고 할 것인가? 내가 관심 있는 어떤 집은 얼마가 적정 가격일까?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처해 있는 독특한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부르는 값이나 사겠다고 하는 값이 시가를 적정하게 반영할 때, 거래 성사의 가능성이 크다. 적정 시가는 융자에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렇다면 적정 시가는 어떻게 알아내나? 오늘은 이에 관해 본다.
시가(market value) 산정, 즉 감정(appraisal)은 주택 거래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존재한다. 집을 사고 파는 사람들도 어떤 방법으로든 나름대로 가격을 매겨본다. 부동산 중개인들도 고객이 사거나 파는 데 필요한 적정 가격을 산출해 내고자 시장 분석을 한다. 이를 통해 매물의 부르는 값이 정해지고, 그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의 제시 가격, 즉 오퍼 가격이 나오고, 그를 바탕으로 흥정이 오가고 계약 가격이 나오는 것이다. 계약이 된 후, 융자를 신청하면 은행은 아예 부동산의 적정 시가 산정을 업으로 하는 사람(감정인/appraiser)에게 의뢰하여 융자 대상 주택의 가치가 얼마인지 알아본다. 적정 시가보다 비싸게 사면서 융자를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나중에 융자를 못 갚아 차압을 했을 때, 융자금 회수에 큰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지 미리 따져보기 위해서이다.
주택 시장이 크게 위축되어,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던 지난 몇 년간, 은행의 감정이 주택 거래의 흔한 걸림돌 가운데 하나였다. 계약을 하고 은행에 융자 신청을 하면, 감정가가 계약 금액 이하로 나오는 예가 적지 않았고, 그렇게 되면, 은행이 융자 가능 액을 줄이는 통에 구입 대금이 부족하여 거래에 애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집을 파는 사람이 은행 감정가에 맞춰 거래 가격을 낮춰 주거나, 사는 사람이 부족한 자금을 달리 조달해야 거래가 성사될 수 있었다. 이런 가능성은 주택 시장이 활기를 찾기 시작한 지금도 존재하고, 가격이 뛰는 호황기에도 존재할 수 있다.
어떻든 거래 쌍방이 계약을 하고 나서도 은행의 감정가가 나오기까지 한 달여 정도를 과연 감정가가 거래가를 뒷받침해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이 현실이다. 막상 감정가가 계약 가격 이상으로 나오면, 아무 문제 없지만, 그보다 아래로 나오면 차액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하는 거래 쌍방, 특히 파는 쪽에서는 누군지 얼굴도 본 적 없는 감정인에게 온갖 비난을 쏟아 붓게 된다. 이러한 현실 상황에서 마침 어떤 감정 전문가가 부동산 전문 사이트에 최근의 감정 기준을 밝히고 있어 이를 소개한다.
감정의 방법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비교 방식이다. 이는 감정 대상 주택과 유사한 주택들의 거래 기록을 찾아 그에 바탕을 두고 적정 가격을 산정해 내는 것이다. 내 집과 같은 도로에 있는 비슷한 다른 집들의 팔린 기록을 보면, 내 집을 시장에 내놨을 때 대충 얼마를 받을 수 있겠는지 짐작할 수 있듯이 말이다. 전문 감정인들도 같은 방법을 쓴다. 비교 대상이 될 거래된 주택을 찾아내는 기준/지침(guidelines)은 대개 은행이 당시의 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정해주는데, 위의 감정인이 밝힌 은행의 최근 지침은 다음과 같다.
거리(proximity 기준): 거래 기록으로 삼을 주택은 감정 대상 주택에서 일정 거리 이내에 있는 것이라야 한다. 도시 근교 지역에서는 반경 1마일 이내, 농촌지역에서는 반경 5마일 이내의 주택만 비교 목적으로 쓸 수 있다.
거래 단계상 지위(status) 및 거래일(date): 거래 완료된(closed) 것 3건 이상을 비교 대상으로 삼되 그 중 2건은 6개월 이내에 거래된 것이라야 하며, 어느 것도 12개월을 넘어서는 안 된다. 최근의 거래 기록만을 쓰되 거래 완료된 것 위주로 하라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 많은 은행들이 최근에는 계약되어 있거나(pending),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active) 주택 2건 이상을 비교 분석의 자료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맞는 비교 대상 거래 기록은 지역에 따라 넉넉할 수도 있고,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매물의 적정 호가를 산출하기 위해 거래 기록을 찾다 보면, 매물과 비슷한 특성을 지닌 주택의 거래 기록이 주변에 거의 없을 수도 있다. 이런 때에는 기준을 완화하여 보다 넓은 지역에서 거래 기록을 찾아볼 수도 있고, 비교 방법 외에 다른 방법으로 시가를 산정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감정인은 위의 기준을 벗어난 비교 대상을 쓰면, 납득할만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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