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상당히 성공한 분으로 알려진 한 분이 사석에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주된 요지는 어떻게 성공하셨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성공한 것은 100% 운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분은 매우 겸손한 분이라서 자신의 생애를 그렇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종교를 가지신 분이라면 이를 두고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겠지요.
여하간 그분의 말씀 속에서 저는 여러 가지를 느끼고 깨달았습니다. 그분은 비록 지금은 자신이 부자가 되어있지만 한번도 능동적으로 행동한 것이 없어서 몹시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미국에 올 때도 미국이 어떠한 나라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친척이 하도 좋다고 해서 떠밀려 왔고 미국에 와서는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이 도와 주어서 집도 구하기 쉬웠다고 합니다. 그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한번도 넣어본 일 이 없고 친구가 소개한 직장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교회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남이 가야 한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가 어느 교회 장로가 되었고 운전 면허증도 친구가 이야기해서 가서 받았으며 영주권도 누가 소개해서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행을 갈 때도 누군가가 정보를 주어서 여기저기도 다녔고…. 이렇게 하다 보니 그는 스스로 결정하고 알아보고 했던 일은 도무지 기억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100% 운이 아니겠느냐며 그분은 웃었습니다.
이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지금까지의 저의 생애와도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의 도움과 안내로 여기까지 온 것이었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분은 부자가 되어 성공한 분이 되었고 저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일 겁니다. 저는 나름대로 고생도 했고 누군가에게 자랑할만한 무용담도 몇 가지 있다고 여겼는데 이분의 이야기를 듣고 제 자신을 돌아보니 남에게 얻어먹고 얻어 쓰고 이리 언치고 저리 얹혀서 산 것이 하도 많았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필라델피아 올 때도 그러했고 첫 직장 생활할 때도 혼자 알아보고 계획하고 결정한 것은 하나도 없고 여러 사람들이 수고 해주어서 졸졸 쫓아왔습니다.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저는 꽤나 수동적으로 살아온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동안 저를 비롯한 수많은 한인들이 미국 생활에 정착하도록 해 준 동포사회의 네트워크들이 미국의 오랜 기간의 불황과 IT 산업의 발달로 힘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냥 믿고 따르기에는 위험한 사회가 되었고 다른 누군가가 의 도움으로 별 생각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더 더욱 아니라고 합니다. 실제로 스스로 연구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고도의 기술을 연마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사회가 이미 도래하였음을 사람들은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과거에 자영업이나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사장님 소리 들으며 여유 있게 사실 요즈음 이야기하는 용어로 주변에 형성된 네트워크 분들이 적당히 세월 보내다가는 앞으로는 월마트같은 큰 회사의 종업원으로 시간당 얼마를 받고 힘들게 살아가는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동안 수동적으로 살아온 우리의 습관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 알아보지 않고 그저 이사람 저 사람의 이야기와 권유로 안일하게 살았던 우리 삶에서 깨어나 구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조심스럽게 진행해 나감으로써 상황이 확 달라진 미국사회에서 우리가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가 관건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