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3개 광복절 행사
한인사회 합의방식ㆍ한인회간 기싸움ㆍ총영사관 역할 논란
우려했던 대로 시애틀지역에서 3개의 광복절 행사가 동시에 열리면서 한인회들을 포함한 한인단체들의 문제점들이 총체적으로 노출됐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모든 한인들이 단합해 조국이 일제 치하에서 독립한 날을 경축해야 할 국경일에 최악의 분열을 보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차제에 한인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공론화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시애틀 총영사관, 시애틀 한인회(회장 서용환) 및 페더럴웨이 한인회(회장 김용규)가 제67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15일 동시에 개최한 배경은 일종의‘기싸움’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기싸움의 단초는 모든 단체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합의 방식이 한인사회에 존재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시애틀지역 한인단체들이 통상적으로 연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모여 행사일정을 조율하는 사회단체장 회의가 있긴 하지만 참석 단체 범위에 대한 규정도 없고, 결정과 합의를 위한 표결 방식 등도 전혀 없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 됐던 지난달 12일 타코마한인회(회장 패티 김) 주최의 단체장 회의는 이 같은 맹점을 그대로 드러냈다.정확한 표결 절차 등이 없어 올해 광복절 행사는 페더럴웨이 한인회가 주관한다고 결정되는 바람에 추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여기에다‘페더럴웨이 한인회의 인정 문제’까지 대두돼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시애틀한인회는 “같은 킹 카운티 내에 2개의 한인회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페더럴웨이 한인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애틀한인회는 이 같은 입장에 따라 광복절 행사를 놓고 시애틀총영사관이 막판에 제시한‘3개 한인회 공동 주관’도 거부했다.
시애틀총영사관이 별도로 광복절 행사를 개최한 것이 최선이었느냐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송영완 총영사는 지난해 부임직후 한국 대통령의 경축사를 총영사가 대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3ㆍ1절과 광복절의 국경일 기념식은 한인사회가 모두 뭉쳐 하나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총영사관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8월1일 한인회장 등 사회단체장을 모아놓고 2년간 한시적으로 3ㆍ1절은 시애틀한인회가, 광복절은 타코마한인회가 주관하도록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타코마한인회가 내부 사정과 자체 광복절 경축 체육대회 등으로 이 같은 합의 사항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3개 한인회 공동 주관 등을 제시하며 중재에 나섰다가 합의가 도출되지 않자 자체 기념식 강행을 결정했다.
송 총영사는 “영사관이 별도로 기념식을 개최한 것이 최선은 아니었지만, 한인회가 분열돼 2곳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둘 다 참석할 수 없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송 총영사는 “지난해 8월 합의 사항은 내년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내년 3ㆍ1절과 광복절 행사에서 이번처럼 또 분열된다면 아예 참석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총영사가 부임하기 전에는 시간대를 달리해 한인회별로 3ㆍ1절과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했던 만큼 총영사관이 별도 기념식을 결정하기 전에 좀더 합의를 중재하거나 한인회별로 시간 조정을 했더라면 3개의 기념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총영사관측도 지난달 단체장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한인단체의 결정 과정에 표결권은 갖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지난해 이뤄졌던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더라면 이 같은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편 시애틀 총영사관이 개최한 광복절 기념식에는 6ㆍ25참전유공자전우회ㆍ타코마한인회ㆍ평통ㆍ상공회의소ㆍ시애틀 벨뷰 통합한국학교ㆍ한인음악협회ㆍ한국문인협회 워싱턴지부 대표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시애틀한인회가 머서아일랜드 커뮤니티 센터에서 개최한 기념식에는 타코마한인회를 포함해 23개 단체장과 3개 노인회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고 한인회측이 밝혔다.
페더럴웨이 한인회가 코앰TV 공개홀에서 개최한 기념식에는 17개 단체장을 포함해 120여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3곳에서 동시에 기념식이 열리면서 타코마한인회의 경우 임원들이 나눠서 3곳에 참석하기도 했으며 일부 단체장은 영사관 기념식에 참석했다 곧바로 시애틀한인회 기념식으로 달려가는 촌극이 벌어졌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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