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인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세븐 업(Seven Up)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을 사는 처세훈이라는 점잖은 말로 노인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하는 일종의 행동지침인 셈이다. 마음에 꼭 새겨 놓아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일러주는 그 일곱 가지 수칙을 수첩에 적어놓을 때까지만 해도 그냥 우스갯소리거니 했는데 막상 그 행동지침을 실천해보려고 하니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처세훈이 나오게 된 동기는 아마도 노인 인구의 증가와 관련된 것일 게다. 유엔에서는 2050년에 전 세계 인구를 100억 명으로 추산하면서 이 가운데 60세 이상의 노령인구는 20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은 통계와 사회변화 때문에 노인 세대라거나 고령화 시대 또는 고령화 사회 등은 우리에게 익숙하게 들리는 낱말이 되기는 했지만 부담이 되는 말이라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을 초래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매스컴의 영향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노인을 위한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방송에서는 노인의 궁핍하고 어려운 현실만 보여줄 뿐 아름다운 실버의 이미지나 평범하게 살아가는 노년의 아름다움 등은 보여주지 않는다. 주름진 얼굴과 거북이 등 같은 손등은 보여주면서 현장에서 땀 흘리면서 세상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노년의 미소는 찾아볼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해서 노인들이란 이 사회에서 비생산적이며 우리가 돌봐야 할 대상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며 이것은 진정한 실버세대의 건강한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영국의 작가 버닝햄이 노인에 관한 각계 인사들의 단상을 모은 책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을 준비하면서 석유재벌인 폴 게티에게 원고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다. 얼마 후에 폴 게티에게서 답장이 왔는데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드는 줄도 몰랐고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에 동의하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답장을 보낸 폴 게티의 당시 나이는 일흔이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은퇴자 협회는 지난 1999년 12월 ‘포춘’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 1위로 꼽히기도 했는데 이 단체의 구성원들은 기존의 수동적인 노인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리 ‘그레이 파워’(Gray Power)라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제 우리 사회의 노인세대는 ‘세븐 업’이라는 행동지침에 의지하여 사회의 주변을 기웃거리는 세대가 아니라 ‘자기 분수를 알고’(知分) ‘자기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 알며’(知足) ‘자기 분수에 지나치지 않도록 그칠 줄 아는’(知止) 정신적 지침인 ‘쌈지’(三知) 정신으로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실버세대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이 사회에서는 천편일률적인 교양이나 오락위주의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노인들의 교육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세대 간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세대들에게도 ‘노인에 관한 교육,’ ‘노인에 의한 교육’도 준비 되어야 한다.
이규성
가정문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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