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구의 날을 맞았다. 그러나 올해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빚어진 후쿠오카 원전사고로 지구에 아픈 상처를 준 한해가 되고 말았다. 4월 초엔 원전에서 1만톤이 넘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무단 방류, 해양오염까지 겹쳤다. 아직도 고여 있는 방사능 오염수가 6만톤이 넘는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 방류가 인체에 별 영향이 없다 라고 하지만 기준치의 수백만 배가 넘는 고농도 세슘137이 검출되고 있다. 원전 앞바다에서 잡힌 생선에선 1kg당 4,000베크렐(Bq)이 넘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한다. 해산물 먹거리 공포가 한국 등 주변국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올해 지구의 날은 체르노빌 참사 25주년과 겹쳤다. 1986년 4월26일, 무모한 인간 실수로 지구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가 터진 것이다. 비상 정지장치를 끈 채 원자로 실험을 하다 수증기가 폭발하고 말았다. 격납용기도 없는데다 소련 당국이 함구령을 내려 희생자가 훨씬 늘어났다.
원전사고가 무서운 건 심각한 장기적 후유증 때문일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히로시마 원자탄 500개와 맞먹는 체르노빌 사고로 60여만명이 방사능에 노출됐고 이들이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평균보다 4,000배 높다고 발표했다. 2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병든 채 오염된 숲과 농장에서 연명하고 있는 수십만 피폭자들의 모습이 방영되고 있다. 앞으로 후쿠오카 원전 사고의 후유증도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과연 인간은 원자력을 통제할 수 있을까? 1939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페르미는 중성자가 물이나 파라핀을 통과하면 속도가 줄어들고 우라늄 원자핵을 연쇄적으로 분열시킬 수 있음을 발견했다. 최초의 원자로가 탄생한 것이다. 현대의 원자로는 핵분열 연쇄반응이 원자폭탄처럼 폭발하지 않고 서서히 일어나도록 조절하면서 필요한 양의 에너지를 안전하게 뽑아 쓸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를 가능케 한 조절장치가 제어봉이다. 카드뮴이나 탄화붕소로 만들어진 제어봉은 핵을 쪼개는 중성자를 흡수한다. 즉 제어봉으로 중성자의 수를 조절해 발전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원전에서 또 하나 중요한 안전장치가 섭씨 2,000도 이상의 고열을 식혀주는 냉각 시스템이다. 이번 후쿠오카 사고를 통해 냉각장치가 통제 불능이 된 원전은 원자폭탄만큼 치명적임이 드러난 셈이다.
핵분열 원전사고 이후 미래의 에너지원, 핵융합 발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핵융합은 원자핵이 갈라지는 핵분열과 상반된 물리현상이다. 중소수 같은 원자핵 2개가 충돌해 하나의 다른 원자핵으로 합쳐지면서 에너지를 내는 원리다. 태양에너지와 같은 이치인데 아직도 연구개발 중이다.
핵융합 발전이 실용화되면 인류의 에너지 고민은 해결된다고 한다. 원료인 중수소가 바다에 무한정이고, 방사능 유출이 없어 이론적으로 100%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라고 한다. 다만 해결해야 되는 난제가 1억도 이상의 초고열을 견딜 수 있는 용기를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 개발로 상처투성이가 된 지구의 눈물을 닦아주는 해답이 핵융합에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김희봉
환경 엔지니어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