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찾은 서울에서 봄을 맞는다. 마침 종로 국립과학관에서 열리는 ‘뉴욕자연사 박물관 기후변화 체험전’에 들렀다. 전시관은 아침부터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한국인들의 환경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놀랍다. 하기야 온난화 현상으로 지구가 얼마나 아픈지, 기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첨단적 학습 기회는 미국서도 흔치않다.
가장 눈에 띄는 전시물은 뉴욕 맨해튼 모형이 들어있는 유리관. 북극 얼음이 녹아 마천루들이 발목까지 물에 잠긴 모형을 어린이들이 신기한 듯 내려다보고 있다. 내일 세상에 종말이 온다해도 지구는 내가 지키고 말겠다는 결연한 표정들이다. 독수리 오형제들처럼 대견하다.
미 환경전문가 존 라이언은 그의 ‘지구를 살리는 7대 불가시의’란 베스트셀러에서 퀴즈를 냈다. 자전거, 빨랫줄, 타이국수, 무당벌레, 콘돔, 공공도서관, 선풍기 등의 공통점은? 해답은 지구를 살리는 친 환경 도우미들이다. 대기오염을 줄이고(자전거), 숲을 살리며(공공도서관), 해충을 없애고(무당벌레), 인구폭발을 막아(콘돔) 지구를 팔팔하게 살리는데 힘이 된다고 적고 있다.
뉴스를 보니 한국 환경전문가들과 시민단체장들이 지구 팔팔(88)하게 살리기 88 아이템 선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주류신문과 환경재단 주최로 시민들의 공모도 받아 선정한다고 한다. 일상에서 보통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아이템을 선정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누구든 손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해결책을 찾자는 발상이다. 지구는 정치가가 하루아침에 살리는 게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지키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든다. 88 아이템 중 베스트 5를 간추려본다.
지구 살리기 첫째 아이디어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꼽았다. LED는 21세기 빛의 혁명으로 전력의 90%를 빛으로 바꿔준다. 에디슨의 백열등은 효율이 5%밖에 안돼 130여 년만에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 효율 40%인 수은등과 형광등도 밀리고 있다. 가정 전기의 1/4이 조명인 걸 감안하면,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둘째 아이디어가 압력솥이다. 일반 솥보다 조리시간이 1/3에 불과하다. 열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걸 최대한 막기 때문이다. 에너지 절약에다 밥맛도 좋다. 한국의 모든 가정이 압력솥을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근 35만 톤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30년생 소나무 8만2,000여 그루가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다.
셋째, 안 쓰는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다.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아두어 소모되는 대기전력이 전체 가정 전력 사용량의 10%에 이른다고 한다. 100만 가구의 절반이 플러그를 뽑아도 연간 15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넷째는 빨래 건조대이다. 전기건조기 대신 빨래를 널어 햇볕과 자연 공기로 말리면 일석삼조다. 전기료 절약에다,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 게다가 여름엔 실내를 시원하게, 겨울엔 건조함을 막아 줘 건강에도 좋다.
다섯째로 꼽은 게 선풍기다. 에어컨은 복더위 날, 전력사용의 40%까지 잡아먹는다. 에어컨 한대는 선풍기 30대 전력사용과 맞먹는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같이 쓰면 에어컨 설정온도를 낮출 수 있어 더 좋다. 한국 내 에어컨 설정온도를 1도만 올려도 연간 2조원 이상 절약된다고 한다.
조금 깊이 생각하면 지구 살리기에 도움 될 아이디어들은 지천이다. 비닐 대신 장바구니 쓰기, 손수건 사용, 내 컵 쓰기 등. 관건은 불편함을 무릅쓰고 실천할 의지가 있느냐이다. 나도 팔팔, 너도 팔팔, 지구도 팔팔 살 수 있는 비결은 결국 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김희봉/ 수필가·환경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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