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컨페드컵 축구경기에서 보여준 미국 축구팀의 선전은 너무나 훌륭했었다. 그동안 축구에는 매우 취약했던 미국이었는데 지난 달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있었던 컨페드컵 경기에서 브라질, 스페인 등 세계 최강의 선수들을 만나 예상을 뒤엎고 좋은 성적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에 사는 우리들을 기쁘게 해주었었다.
처음에 이집트를 3대 0으로 따돌리고 4강에 오른 미국팀은 준결승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2대 0으로 물리치는 이변을 보이면서 결승전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미국은 결승에서도 강호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보이며 2대 0으로 초반을 이끌어 우승도 내다 볼 수 있게 되었었는데 후반 들어 브라질이 3골을 넣어 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 중에 보여준 미국 축구팀의 탄탄한 수비력과 빠른 작전 전환, 그리고 치열한 몸싸움 등은 축구의 본고장인 남미나 유럽선수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다는 점에서 비록 준우승이기는 했지만 우승 못지않은 뜨거운 박수를 받을 수가 있었으며 그래서 어느 때 보다 값진 2등이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쩌다 우리가 아쉬운 패배를 목격하게 될 때면 ‘아름다운 패배’ 라거나 ‘1등 보다 값진 2등’ 이라는 표현으로 위로를 하기는 하지만 세상인심은 언제나 1등과 우승자에 가 있지 결코 2등에게 오랜 관심을 두지 않게 마련이다. 올림픽 경기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단연 금메달이다. 그렇지만 올림픽정신이야 말로 우승하기 위해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인간이 끝까지 최선을 다 하는 가운데 자신의 한계와 싸워 어떻게 승리하느냐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평화의 메시지인 것을 생각하면 크게 잘못된 일이다.
그런 점에서는 금메달 선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베이징 올림픽의 펜싱 경기에서 은메달을 땄던 한국선수 남현희 선수의 얼굴을 기억하게 된다. 153 센티미터의 키에 체중 45킬로그램의 작은 체구를 가진 남선수가 키가 크고 팔이 긴 서양선수들과 싸우는 모습은 안쓰럽기만 했었다. 그러나 왜소한 체구의 불리함을 빠른 발놀림으로 극복하면서 상대보다 늘 한 박자 빠른 공격으로 접전을 벌인 결과 우승은 놓쳤지만 당당히 시상대에 올라섰던 모습이 매우 인상적 이었었다. 스포츠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 보다 자신을 이겨내려는 진지한 모습, 그런 자세가 사회에서도 필요 한 것이다.
살리에르 증후군이란 게 있다.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와 같은 시대에 있었던 음악가 인데 그 자신도 훌륭한 작곡가로서 항상 모차르트를 이기고 싶어 했지만 모차르트의 천재성에는 따라가지 못해 늘 시기와 질투를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살리에르처럼 자기 자신을 제외한 주변 인물이 자기보다 월등히 앞서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열등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번의 미국 축구팀처럼 최선을 다한 자랑스런 2등이 많이 있다. 살리에르 증후군 같은 것에 감염 되지만 않는 다면 오만하고 불안한 1등 보다는 떳떳하고 미래가 있는 2등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리고 2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갈등과 대립이 현저히 줄어들 수가 있다.
지금 힘든 이민사회의 곳곳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우리들의 2등에 갈채를 보내야 한다. 한인들은 평가기준을 늘 높은데 두고 있어 칭찬에 인색하지만 미국인들은 가장 못한 것에 기준을 두어 칭찬이 쉽게 나온다고 한다.
긴 여름 방학이 끝나면 각급학교가 새 학년을 맞는다. 자녀들에게도 1등만 강조하지 말고 2등에 더 보람이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2등에는 언제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고 새로운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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