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일 한인회관 지붕공사에 관한‘공금유용 의혹’언론보도가 나가자 베이지역 한인동포사회는 물론 당사자로 거론된 인물들은 큰 충격에 빠진 듯 보였다.
하지만 그 당시만해도‘공금유용 의혹’에 휩싸인 22대 한인회(회장 오재봉)와 시공업자 강용한 사장, 의혹을 제기한 25대 한인회(회장 이석찬)가 유야무야 사태를 미봉하려들지 말고 가릴 것은 가리고, 따질 것은 따져 의혹의 실체와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시장실 직속기관인 커뮤니티 투자국(Mayor’s Office of Community Investment, 이하 MOCI)의 브라이언 추 디렉터가 ‘한인회관 지붕공사 명목으로 커뮤니티 개발국(MOCD)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22대 한인회가 이 가운데 일부를 유용한 의혹이 있다’는 제보에 따라 관련 정보를 수집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의 접근법에 대한 논의에도 뚜렷한 변화가 일어났다. MOCI의 개입으로 공금유용 의혹을 둘러싼 22대와 25대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진실게임’의 불똥이 샌프란시스코 시당국으로부터 예산지원을 받는 한인단체 모두에게 튈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자 커뮤니티 전체가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
설사 MOCI의 조사가 좋은 방향으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커뮤니티 개발국, 투자국에 이름이 오르내린 한인 커뮤니티 단체들이 이전처럼 손쉽게(?) 시 예산을 받을 수 있는냐는 문제와, 시 당국이 예산을 신청하는 한인단체를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이런 우려가 ‘기우’에 불과 하다면 좋겠지만 “공금유용 의혹 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한 후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브라이언 추 MOCI디렉터의 말은 아무래도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추 디렉터는 이미 이석찬 현 25대 SF한인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레터 형식으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보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박영규 진상조사위원장의 한국방문으로 조사위의 활동이 늦어지긴 했어도 한인회측은 MOCI에 조사위의 조사결과를 보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최근 조사위는 “오재봉 22대 한인회장과 강용한 사장에게 조사를 위한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이들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들은 적이 없다”며“MOCI에 어떤식으로 조사결과를 보내야 할지 고심중 이다”고 말했다.
반면 의혹을 해소해줄 확실한 증거자료를 갖고 있다고 자신하는 22대와 강용한씨는 일방적으로 의혹을 터뜨려놓고 이제 와서 협조요청을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22대와 25대가 진실게임을 고집하며 평행선을 달린다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 지금은 양측 모두 소모적인 대치를 풀고 건설적인 대화를 시도해야 할 때이다.
한인사회에 큰 파장을 줄 수도 있는 MOCI의 조사를 앞둔 상황을 감안, 22대 집행부, 강용한 사장과 25대 집행부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 협조할 것은 협조해가면서 최선의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보려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한쪽이 잘못했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지면 확실하게 잘못을 인정할 기회를 주고 빠른 시일안에 사태를 봉합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다.
‘오월동주 [吳越同舟]’라는 말이 있듯이 더욱 중요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를 뒤로 밀어놓고 한 배를 탈줄 아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22대와 25대 관계자들 모두가 한인 커뮤니티 전체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통 큰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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