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업자·감정사·부동산업자 등 10여명
베벌리힐스 무대로 1억4천여만달러 빼내
주택 감정가를 부풀려 실제 거래가격보다 훨씬 높은 액수로 주택융자를 받아 챙긴 대형 부동산 사기 사건이 당국에 적발되면서 연방 수사당국이 전국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베벌리힐스를 비롯한 남가주의 부유층 주택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업자와 부동산에이전트, 주택 감정사, 융자회가, 에스크로회사 등 부동산 거래에 연관된 업자들이 일체의 서류를 위조해 실제 주택 가격의 최고 3배에 가까운 융자를 받는 사기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융자를 받기 위해 타인의 신분을 빌리고 그 대가로 일정 금액의 사례금까지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주택을 정상가격에 구입한 후 감정사와 짜고 감정가를 2-3배 부풀려서 주택 융자를 받았다”며 “이들에게 신분을 빌려준 사람들은 1만5,000달러 정도의 사례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연방법원에 계류중인 베벌리힐스 융자사기 사건의 경우, 부동산 업자와 주택감정사, 융자회사 직원으로 구성된 10명의 일당이 서류를 조작해 부동산 호황이 한창이던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1억4,000여만달러의 주택 융자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2002년 베벌리힐스의 주택을 70만달러에 구입한 뒤 주변 주택의 비교 감정가를 250만 달러로 허위로 만들어 허위 구매자의 이름으로 147만달러의 주택 융자를 받기도 했다.
UCLA의 라이언 래트클리프 경제학자는 “2000년대 초반 주택 가격이 급증하면서 융자심사 과정이 느슨해 진 틈을 타서 ‘묻지마’ 융자가 양산됐고 이 과정에서 융자사기가 만연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FBI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에 5,623건이던 주택융자 사기가 올해는 4만6,717건으로 5년 사이에 무려 8배가 증가했다.
한인타운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업자와 감정사, 융자 업자, 에스크로 업자, 그리고 신청인이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식으로 모든 서류를 위조해 주택융자를 신청하면 은행이 이를 알아낼 재간이 없다”며 “실제로 지금 한인들 가운데도 2000년대 초반 허위로 서류를 제출하거나 상환 능력을 부풀려 융자를 받고 현재 주택이 차압의 위기에 놓인 경우가 많고 FBI가 한인타운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하던 융자 사기단을 수사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김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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