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서 평양시내까지 `4시간
4차선 160Km 고속도로 단숨에 달려
대동강 건너자 꽃술든 환영인파 ‘만세’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4시간도 걸리지 않아 단숨에 분단의 벽을 넘어 북으로 평양까지 내달렸다.
노 대통령은 2일 오전 7시 55분께 태극기와 봉황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 달린 전용차인 벤츠 S600을 타고 청와대를 출발, 세종로와 강변북로, 자유로를 거쳐 통일대교를 넘어 조용한 아침 출근길을 달렸다. 장관들과 청와대 비서진으로 구성된 공식수행원 13명도 다른 승용차편으로 동행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007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향하며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고 있다.>
노 대통령은 경의선 도로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지나 청와대를 출발한 지 한시간 만에 군사분계선(MDL)에 도착했다. 군사분계선 앞 약 30m 지점에서 내린 노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MDL 바로 앞에서 소감을 밝힌 뒤 분계선을 넘었다. 대한민국 국가원수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의 상징이자 한반도 분단의 현실인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어 방북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이 역사적인 장면은 TV로 생중계됐고 CNN 등 외신들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통과하기 전에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 있는 이 선이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놓고 이 장벽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우리 민족들은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고 착잡한 소회를 밝혔다.
대통령이 성큼성큼 열 걸음쯤 떼었을까. 원래 아무 표식도 없지만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노란 선으로 그어놓은 군사분계선 앞에서 노 대통령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성큼 넘어섰다. 2007년 10월 2일 9시 5분이었다.
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너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인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최룡해 황해북도 당책임비서 등 북측 영접인사들과 악수를 나누었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북측 여성들로부터 꽃다발도 받았다. 노 대통령은 오전 9시9분께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손을 흔든 뒤 다시 전용차에 올라 평양으로 향했다.
노 대통령 일행은 왕복 4차선 160㎞에 달하는 평양-개성 고속도로 북녘 산하를 보면서 달렸다. 지난 여름 수해로 일부 파손됐던 개성-평양 고속도로는 말끔히 보수돼 있었다. 개성을 출발해 70㎞ 정도를 가면 나오는 황해북도 서흥군 수곡휴게소에서 20여분간 휴식을 취한 대통령 일행은 평양 시내 통일의 거리와 충성의 다리로 대동강을 건너 공식 환영행사가 열리는 4.25문화회관 광장에 낮 12시께 도착했다.
4.25문화회관은 북한에서 국가적인 중요행사를 치르는 대표적인 문화시설로, 북한의 군 창건일인 4월25일을 기념해 이름이 붙여졌다. 광장 주변에 운집한 평양 시민들은 양복과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꽃술(꽃다발)을 흔들며 노 대통령 일행의 도착을 열렬히 환영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