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 기록 기록, 말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
각종 법정 싸움도, 최근 낙찰계 파동도
증거능력 인정되는 기록중요성 일깨워
오래 전, 딸이 8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의 학생 스토어에서 캔디 등 스낵을 파는 일을 다른 두 급우들과 함께 맡았었다. 매일 학교의 새커러터리가 스낵을 스토어에 갖다놓고 판 금액은 학생들의 확인절차 없이 임의로 가져가는 제도였다.
어느 금요일, 학교를 갔다온 딸이 울기만 하고 있었다. 그 내용인즉, 학교의 새커러터리가 이 세명의 여학생들을 지목하여 돈을 훔쳤다고 학교의 야드 듀티에게 알렸고, 야드 듀티는 경찰에 보고해서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하기 전에 자백하라고 욱박질렀다는 것이다. 주말이라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일인데, 이 가련한 딸은 울고만 있었다.
이 일을 통해 두가지를 느꼈다. 부모로서의 역할과 미국의 전인 교육이 학교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월요일 아침 일어나는 즉시 교장 선생님을 만나겠노라고 하며 달랬다. 자녀가 문제에 처했을 때, 부모가 나서지 않는다면 부모로서의 역할이 끝난다는 생각에서이다.
월요일 아침, 아내와 나는 필기 도구를 지참하고 교장실로 바로 들어 갔다. 주말이라 전화할 수도 없어 이렇게 실례를 범한다고 하며, 딸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교장 선생님은 야드 듀티를 불렀고 교장실에서 회의를 했다. 그동안 세 소녀들은 마음조리며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혹시나 거짓말 탐지기까지 언급된 마당에, 법적인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 모든 발언을 기록했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봐도 같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부부를 본 교장 선생님은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겠단다. 더 밀어 부칠 수도 있었지만, 졸업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거기서 멈췄다.
그로부터 몇년이 흐른 어느날, 운전하면서 라디오의 뉴스를 들었더니 그 학교의 새커러터리가 십수만불에 이르는 학교의 돈을 오랜 기간에 걸쳐 횡령하고는 택사스로 도망갔다가 수사망이 좁혀옴을 알고 자수했다고 한다.
법정에서는 말보다도 기록을 중요시한다. 말로 남긴 유언보다는 기록으로 남긴 유언이 더 효력이 있다. 말은 공기 중으로 사라지지만, 기록은 남는다. 그러므로 미국에 사는 한, 기록의 중요성을 알아야 하겠다. 최근의 계 파동을 보더라도 무기록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는 교훈을 배운다. <폴 손객원기자> ktsf@paul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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