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신데렐라의 삶은, 죽은 후 인구(人口)에 더 회자(膾炙)되고 있다.
‘제2의 마를린 먼로’라는 별명을 가진 앤 니콜 스미스(Anna Nicole Smith)가 지난 8일 플로리다의 한 호텔에서 쓰러진 후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향년 39세의 젊은 나이다. 사망 시 호텔에서 처방약을 발견했지만, 부검 결과는 약물 중독이 아니라고 판정이 났다. 그녀의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에서는 평소 그녀가 약물 과용을 해왔기 때문에, 그 이유로 죽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현재로서는 정확한 사인을 규명 할 수 없고, 독극물 반응 결과 검사가 나오는 한 달 후에나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서는 심장마비에 의한 돌연사 가능성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니콜 스미스는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마를린 먼로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았다. 불우했던 성장기, 밑바탕 인생의 출발, 요염한 관능미, 금발 미녀, 숱한 남성 행각, 명성(名聲), 미모와 부귀영화, 40도 못 살고 요절한 비극의 주인공, 의문의 사인(死因), 등등 공통점을 지녔다. 스미스는 이런 삶뿐만 아니라 죽음에 이르기까지 ‘제2의 먼로’다. 그들의 인생은 참으로 고달픈 삶이었다.
마를린 먼로!, 미국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칸(Icon;우상)이다.
본명은 Norma Jean Baker, 192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고아원과 양부모집을 전전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가 가진 재산이라고는 ‘육체파’ 몸매 하나였다. 성적 매력이 강한 그녀는 달력에 누드 사진이 실린 것이 계기가 되어, 배우로 진출하게 된다. 50년대 그녀가 주연한 영화는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다. ‘아스팔트 정글’, ‘이브의 모든 것’에서 단역을 맡은 후, 그 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백만 장자와 결혼하는 법’, ‘7년만의 외출’, ‘버스 정류장’, ‘왕자와 쇼걸’, ‘뜨거운 것이 좋아’ 등 등 영화에서 주로 성적 매력이 넘치는 백치미의 여주인공 역을 맡았다. 영화 ‘부적격자’(The Misfits)는, 1956년부터 1961년까지 한때 먼로의 남편 이었던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가 그녀를 위해 직접 시나리오를 쓴 것이다.
아서 밀러는 ‘세일스맨의 죽음’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최고 지성인이다. 또 먼로는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인물인 조 디마지오와 결혼을 해 9개월 동안 살았다. 디마지오는 36-51년 뉴욕 양키스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56게임 연속 안타, MVP 3회 수상, 통산 타율 3할 2푼 5리, 홈런 왕, 타격 왕, 사상 최초 연봉 10만 달러 돌파 등등 불멸의 기록으로 2차대전 중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야구선수다.
리차드 벤 크래머가 쓴 조 디마지오의 자서전에는 “비록 9개월의 짧은 밀월이었으나, 한 때 둘은 열렬히 사랑했다. 한 사람은 야구 경기를 하러, 또 한 사람은 영화를 찍으러 다니느라고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훗날 이것이 이혼 사유가 됨)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면 좋은 남편, 좋은 아내가 되려고 노력했다. 먼로는 디마지오에게 혹시 내가 먼저 죽으면 내 무덤에 장미꽃을 보내 달라고 유언 아닌 유언을 했다. 먼로가 36세의 젊은 나이에 돌연사 하자, 디마지오는 먼로의 무덤에 매주 화요일과 일요일 6송이 프랑스 흑장미를 빠짐없이 보냈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먼로는 케네디 대통령과의 염문 등 끊임없는 스캔들을 뿌렸으나, 그녀를 진정 사랑했던 남자는 세계적인 미국인 중 한 명인 조 디마지오였다.
요즈음 연일 언론에 대서 특필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스미스도 풍만한 체격의 육체파 배우다. 그녀는‘LA 커넥션’, ‘총알탄 사나이’, ‘스카이 러너’ 등에 출연해 먼로와 같은 백치미 연기를 보여 주었다. 스미스는 먼로 보다 만 40년 세월을 뛰어넘어, 텍사스 휴스턴의 작은 마을에서 출생했다. 이혼 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녀는 고교 중퇴 후, 식당 종업원, 클럽 스트립 댄서 등으로 생업을 이어오다가, 일찌감치 16살에 스미스라는 남자와 잠시 결혼해 아들 데니얼을 낳았다.(데니얼은 작년에 사망) 먼로처럼 비천했던 촌 아가씨의 운명은 92년 플레이보이 잡지 휴헤프너 사장에 의해 모델로 발탁되면서부터 바뀌게 된다. 그녀의 금발과 큰 가슴, 쭉 뻗은 다리와 엉덩이는 마를린 먼로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그녀의 주위에는 항상 남자들이 쫓아다녔고, 90노인마저 그녀를 탐냈다. 가는 곳마다 염문이 끊이지 않았다. 스미스도 먼로처럼 섹시한 육체미가 결국은 그녀의 파멸을 불러온 비극의 근원이었다.
94년 스미스는 89세의 텍사스 석유재벌 하워드 마샬과 결혼한다. 순전히 돈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늙은 신랑은 막대한 돈을 남긴 채 1년 만에 죽고 만다. 그의 사후 억만 달러의 유산 상속소송과, 그녀가 죽은 후, 남겨놓은 딸의 친자 확인을 둘러싸고 스미스의 남성 편력 면면이 세상에 드러났다. 첫 번째 남편 스미스는 요리사, 두 번째는 억만장자 석유재벌 마샬, 세 번째는 남자친구이자 변호사인 하워드 스톤, 네 번째는 연예전문 사진기자 래리 버크 헤드, 다섯 번째는 스미스와 내연관계인, 배우 자자 가보의 8번째 남편 프레드릭 본 앤홀트로 알려졌다. 이들 중 작년 9월 니콜 스미스가 출산한 딸 대니 앨린이 자기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는 스턴, 버크헤드, 앤 홀트 3명이다. 친부확인은 재판에서 결판이 나겠지만, 복잡한 남자 관계와 돈을 둘러싼 욕심이 치사하고 더럽다.
나는 이 사건을 보면서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 디오도어 드라이저가 떠올랐다. 그의 작품 ‘미국의 비극’은, 바로 고도의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사회가 만든, 먼로와 니콜의 비극이라는 점이다. 상처뿐인 가련한 영혼의 종말 앞에, 아메리칸 드림처럼 되어버린 돈, 욕망, 출세, 명성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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