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한인학부모들, 유난히 성적 집착
유능교사 정보 숨기기도
미국에서 한인 커뮤니티의 높은 교육열이 관심의 대상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지금도 한인의 교육열은 타인종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유별나다. 한인들이 낯선 미국 땅에서 뿌리내리는 원동력이자 희망의 불씨가 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녀교육에 쏟는 정성에 관한 한 한국 이나 미주 한인사회나 조금도 다를 게 없다.
문제는 요새 한국에서처럼 시카고 한인커뮤니티에서도 교육열이 높다 못해 극성스럽고 이기적인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내 자식 하나만 잘 되면 된다’라는 생각에 자녀 또래 친구들을 경쟁자로 여기고 중요하다 싶은 정보는 서로 숨기기에 바쁘다. 심지어 현재 자녀가 수업을 받고 있는 과외 교사를 소개시켜달라고 해도 갖은 핑계를 대면서 따돌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래드포드에 살고 있는 한인 A씨도 얼마 전 어이가 없는 일을 겪었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다른 학부모로부터 ‘배신’을 당했기 때문. A씨는 딸과 나이가 같은 아들을 둔 학부모 B씨가 실력있는 과외교사를 고용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소개를 부탁했으나 이미 해당 교사가 다른 주로 옮겨서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뒤에 B씨가 그의 딸을 경쟁자로 여겨 고의로 거짓말을 했던 것을 알고 A씨는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교적이고 교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딸이 조금만 더 성적이 올랐다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었기에 상심이 더 크다. 이와관련, 과외교사 Z씨는 ‘본의 아니게’ 불화의 원인을 제공한데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현재 가르치고 있는 30여명의 학생 중 12명이 한인학생인 Z씨는 한인과 타인종 학부모들의 태도에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태인 등 다른 학부모들은 자녀가 교육을 잘 받는다는 생각이 들면 학부모들끼리 서로 소개를 못시켜줘서 안달이라면서 학업 성적만이 대입을 좌우하는 것도 아닌데 한인 학부모들은 너무 서로를 경쟁상대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학원가에서는 ‘굳이 그렇게까지 서로 경계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수능과 논술 성적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학업성적 이외에도 입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아널스 아카데미 김자경 원장은 주립대의 경우 ACT, SAT, GPA 등의 성적으로 항상 당락이 좌우되진 않는다며 고교 때 전과목 평점이 높지 않아도 각종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특정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면 그것 하나로도 충분히 입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더구나 아이비리그 등 명문 사립대 입시의 경우 학업 성적 외에도 각종 과외활동 및 학생의 적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끼리 서로를 경쟁자로 바라볼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대입 전문 사비오 아카데미의 제임스 최 강사 역시 아시안계에게 갈수록 좁아지는 대입문호 등을 생각하면 학부모들 심정도 이해는 간다면서도 아이비리그 등 특정 명문대 입시에선 학업 성적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닌 만큼 필요 이상으로 과민반응을 보일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인 학부모들의 ‘비밀 과외’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다른 이들에게 밝히기 꺼려하는 것은 한인들이 갖고 있는 일종의 ‘본능’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자녀의 성적이 오르거나 좋은 학교에 입학한 비결을 물을 때마다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며 실제로 좋은 정보를 남과 공유하기 싫어해서라기보다는 잘한 것을 모두 자녀의 공으로 돌리려는 문화적 배경이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1대1 과외를 하면서 돈이 있다고 알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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