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돌을 던지시렵니까
뇌손상으로 혼자선 목도 못가눠
자궁절제 호르몬끊는 눈물의 결단
들끓는 여론“히틀러 같은 발상”
부모는“함께 살려면 도리 없었다”
시애틀에 거주하는 애슐리는 치료가 불가능한 뇌손상으로 혼자서는 목조차 가누지 못하는 중증 장애아다. 올해 아홉 살인 그녀에겐 누운 자세에서 몸을 뒤채는 간단한 동작조차 불가능의 영역에 속한다.
이처럼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지 않고선 단 하루도 삶을 이어갈 수 없는 애슐리의 별명은 ‘베갯 천사’(Pillow Angel). 마치 잠자는 인형처럼 한번 뉘어놓으면 그 자세 그대로 꼼짝 않는다는 뜻에서 그녀의 부모가 지어준 별명이다. 그러나 애슐리에게는 ‘베갯 천사’보다 ‘분재 소녀’라는 별명이 더 어울릴 성 싶다. 인위적으로 성장이 저지된 분재처럼 그녀 역시 외과적 조치를 통해 신체의 정상적인 발육과 성장이 멈춰선 상태이기 때문이다.
애슐리는 부모의 결정에 따라 지난 2004년 자궁절제 수술을 받았다. 여성 성장 호르몬 에스트로젠의 분비를 줄이기 위한 극단의 조치였다. 이로 인해 그녀는 앞으로 남은 삶을 4피트5인치의 키에 75파운드의 체중으로 버텨내야 한다.
수술에 앞서 그녀의 치료를 담당한‘시애틀 어린이병원’의 의료진은“애슐리의 기대 수명은 심한 뇌장애에도 불구하고 일반인과 동일하며, 달리 손을 쓰지 않을 경우 5피트6인치의 키에 125파운드의 체중을 지닌 정상적인 여성의 몸을 갖게 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정신적 육체적 기능이 손상된 딸이 정상적인 신체 발육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사들의 소견은 애슐리의 부모를 낙담케 하기에 족했다. 혼자서는 목조차 가눌 수 없는 딸을 돌보기가 더욱 더 어려워질 게 불을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결국 애슐리의 부모는 병원 측에 딸의 성장을 중지시켜 줄 것을 요청했고, 병원측은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격론을 벌인 끝에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애슐리 치료 사례가 지난해 10월 소아과 전문지‘피디애트릭스’를 통해 공개되자 전국적으로 찬반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 물론 찬성 의견보다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애슐리의 부모를 히틀러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장애인의 자연적 성장을 가로막는 것은 우생학적 사고에 뿌리를 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었다.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굳은 침묵으로 일관해온 애슐리의 부모는 지난 1일 밤 관계자들에 보낸 e메일을 통해 “우리의 결정은 딸의 인간적 위엄을 지켜주고 그녀가 가족들과 함께 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신원 공개를 거부한 이들은 “딸의 몸이 커지면 지금처럼 가족이 다 함께 외출을 하거나 여행을 다니기 힘들어 질수밖에 없다”며 “성장차단 치료를 택한 것은 얘슐리와 함께 보낼 시간을 늘리고 보다 자상하게 돌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또 “인위적 조치로 자연의 섭리를 가로막았다”는 일부의 비난에 대해 “따지고 보면 암을 치료하거나 항생제를 투입하는 등의 모든 의료행위가 그 자체로 자연발생적 상황에 대한 인간의 개입”이라며 “그렇다면 암 치료도 잘못된 것이냐”고 정중히 반문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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