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자원 김민희씨 이라크 참전중 전사
15일 퍼플 하트 훈장 수여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행을 자원했던 한인 2세가 교전 중 전사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5시 45분경(중부시간)에 미해병대 찰리스 중대 소속 김민희(20, 사진) 병장이 이라크 팔루자에서 벌어졌던 교전 중에 목에 총격을 받고 후송 중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시간주 앤아버에 거주하던 김씨가 미해병대에 지원했던 것은 2004년. 그는 해병대에서 엔지니어로 보직을 받았는데 보병을 자원하고 이라크 투입을 자청해 지난 9월 25일 팔루자에 도착한 지 한달 일주일 만에 순국했다. 지난달 28일에 스무살 생일을 보낸지 나흘만에 요절한 김민희 병장의 아버지 김동원씨는 “아들이 열두 살 되던 해에 해병대 본부에 편지를 보내 어떻게 하면 해병이 될 수 있냐고 문의해, 열여덟 살은 돼야 입대할 수 있다는 답장을 받았을 정도로 해병이 되고 싶어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퍼듀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정치학을 공부하다 18세가 되자마자 해병대에 입대했던 김씨는 입대 뒤에도 미시간대학에 편입해 정치학 공부와 훈련을 병행하다 이라크로 파견됐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조국에 보답하고 싶다”며 해병대에 들어갔던 김 병장은 이라크로 떠나기 전에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명예롭게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었다고 한다. 그의 시신은 15일 오전 11시 30분에 버지니아주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치되고 고인에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퍼플 하트 훈장이 수여된다.
고 김민희 병장은 1984년 1월에 미국에 왔던, 현 CJ뉴욕지점장 김동원씨(50)와 김미혜(48)씨의 2남 중 장남이다. 김미혜씨는 결혼 후 5년간 5번의 유산을 했었는데, 국회의원 선거에 두 번 출마했을 정도로 정치에 꿈을 두었던 시아버지 김학락씨가 별세한지 몇 달 안돼서 생긴 아이를 낳기 위해, 담당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감행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오른쪽 등 뒤에 있던 흰점을 똑같이 갖고 태어났던 김민희씨는 할아버지처럼 강직하고, 정의로우며 정치에 관심이 많아 군 제대 후에는 연방 공무원을 꿈꿨었다. 가족과 함께 시애틀, 시카고를 거쳐 앤아버에 정착했던 김씨는 아이스하키와 같이 평소 여럿이서 하는 운동을 좋아했고 특히 신앙생활에 열심이었다고 한다. 그가 열심히 다녔던 하베스트 교회에서 거행된 김민희 병장의 추도예배에는 3백여명의 친구들과 신도들이 모여 눈물바다를 이뤘을 정도로 그는 밝고 활발한 성격에 친구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라크에 파병된 뒤, 고된 근무와 전투로 잠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가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안부를 물었던 김 병장은 다니던 교회 목사에게도 “바쁜 일상 때문에 교회에 잘 못 나가는 부모님들도 따뜻한 주님의 품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김동원씨는 “아들이 그렇게 하나님을 따르고 사랑했다는 것을 지금 알았다”며 “나도 주님을 사랑해야 저 세상에 갔을 때 먼저 간 아들을 만나지 않을까 싶어 이제는 꼬박꼬박 교회에 나가 기도하고 싶다”며 젊은 날에 조국을 위해 싸우다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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