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에는 나무열배들과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존재의 본질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거의 익어가는 둥굴게 생긴 석류들이 나무가지들을 끌고 땅을 향하고 있고 가지에 가득달린 둥근모양의 열매 또한 가지들을 이끌고 땅을 향합니다. 저녁녘에 떠오른 보름달은 밝기도 밝지만 그 둥근 형태가 달의 완전한 형태인 듯합니다.
거의 모든 열매의 형태는 둥근 모습입니다. 열매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하지만 둥글게 둥글게 생겼습니다. 물이 작은 형태로 떨어질 때도 둥근 모습이 되어 떨어지고 닭이나 거위 등 동물들이 낳는 알도 둥근 모습입니다.
넓게 생각해보면 지구도 둥근 모습이고 달과 태양 하늘의 무수한 별들도 둥근 모습입니다. 사람도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둥근 모습이라지요. 아마도 존재의 본질이신 하나님께서도 둥근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존재의 본질의 형태가 둥글다면 사람은 당연히 둥글게 살아야 합니다.
제가 제 자신을 볼 때 사람들 앞에서는 합리화를 잘 해서 좋게 보이려고 하지만 각종 군더더기와 욕심이 덧붙여져서 거칠고 모난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을 보게 되지요.
그래서 가끔씩 몸도 비워보고 마음을 비우는 연습도 해보지만 아직 길이 멀다는 것을 아니, 내 모습을 본질의 형태인 둥근 모습으로 갖다 놓기까지는 내 아닌 나를 깎아내는 아픔이 동반된다는 사실에 때로는 내 모습을 감추기에 급급할 때도 있습니다.
둥근 모습은 거칠 것이 없어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도 자신을 훼손하지 않고 어디에도 머물 수 있지만 모난 모습은 잘 구르지도 못할뿐더러 한곳에 박혀있으려는 속성이 있어서 자기 아닌 엉뚱한 삶을 살게 되지요. 자기 아닌 것을 깎아내고 털어내려고 애써 보기도 하지만 둥근 모습을 회복하여 산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의 자기를 포기해야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둥글게 사는 사람을 줏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쪽에도 서지 않아 어느 쪽도 포용해 주는 넉넉한 어머니의 품, 좌도 우도 아닌 그래서 좌우를 통합하는 생명의 세계가 둥근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 갈 길인 것 같습니다.
한가위에 떠오른 둥근 달과 가지마다 휘어지게 달린 둥근 열매를 보며 둥글어질 제 자신과 두레마을을 상상해 보았을까?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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