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이 여진족의 침탈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다. 어느 날 장계가 올라왔다. 함경도 일대를 어지럽히는 여진족이 떼를 지어 나올 때 기습해 소탕하자는 내용이었다.
병조판서가 그 계책의 합당성을 인정했다. 3정승을 비롯한 대신들도 모두 찬성했다. 이에 임금도 마침내 그 계책을 받아들이고 구체적 계획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전쟁에 필요한 무비를 단단히 갖추는 한편 중앙에서 오랑캐를 섬멸할 방어사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그 때 마침 부제학이 왕에게 입대를 청했다.
그는 방어사를 보내 여진족을 기습하는 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남을 속이고 치는 것은 부정한 짓이라는 것이었다. 왕자의 도리가 아니므로 나라의 위엄이 손상된다는 주장이었다.
그 말에 임금의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온 조정이 합의한 작전계획을 유보시켰다. 대신들이 들고 일어섰다. 일개 3품관인 부제학의 설익은 변설에 국가의 안위를 좌우할 중요 결정이 번복되는 사태에 격노한 것이다.
병조판서는 화가 난 나머지 사모를 벗어 내던지며 항의했다. “밭을 가는 일은 농부에게 묻고, 베 짜는 일은 여종에게 묻는 법입니다. 신은 소년시절부터 북방을 지켜오다가 늙어 변방의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압니다. 유자(儒者)의 한마디 말에 국가의 대사를 그르칠 수는 없습니다. 방어사를 보내십시오.”
왕은 그러나 부제학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작전계획이 물거품이 됐음은 물론이다. 왕은 중종(中宗)이다. 3품관의 부제학은 조광조였고.
군의 원로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누구보다 안보를 잘 아는 전 국방장관들에, 예비역 장성들이다. 그들이 하나가 돼 ‘불가함’을 외친 것이다. 다음에는 지식인들이 나섰다. 한국의 지성계를 대표하는 노학자들이 연대로 성명을 낸 것이다.
그 뒤를 따라 교계가, 또 전직 외교관들도 나섰다. 평소 신중한 언행을 보여 온 외교관들이다. 이들이 침묵을 깨고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전 경찰 총수들도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일로, 각계 원로들은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를 안보위기로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는 그렇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한 성현의 말씀이 떠오른다. 차라리 욕심에서 온 병은 고치기 쉽다. 어설픈 이론에 집착한 병이 더 무섭다. 그런 병은 고치기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를 두고 한 말로 들린다. 오직 코드에만 충실할 뿐 국가안보도 안중에 없어 보이는 이념과잉의 노무현 정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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