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TV 과열경쟁에 비난 줄이어
’해답은 3전 전패밖에 없다.’(?)
독일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한국이 3패를 당해야 정신을 차린다라는, 현실에서는 입밖에 꺼내기 힘든 위험 수위의 발언이다. 이는 방송사들의 월드컵 ‘올인’ 등 과열된 월드컵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해 한 네티즌이 내놓은 극단적인 해법이다.
물론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무시할 수 없지만 국내에서 열린 2002 월드컵 이상의 ‘광풍’을 일으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진작부터 응원쇼 등 특집방송을 내보낸 지상파방송 3사에서는 9일 개막식 이후에는 더 많은 월드컵 프로그램들로 홍수를 이룬다. 뉴스를 제외하고는 기존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월드컵 프로그램으로 대체되거나 시간이 변경되므로 시청자들은 반드시 편성표를 확인해야 할 듯하다. 가파른 인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MBC 드라마 ‘주몽’마저 6일 8회가 방송됐지만 월드컵 중계 관계로 9회는 20일에야 방송될 정도다.
특히 한국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각 방송사들은 ‘월드컵 채널’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MBC는 토고전이 열리는 13일 낮 12시50분 ‘2006 독일 월드컵 하이라이트’를 시작으로 ‘구텐탁 월드컵’을 방송한 뒤, 오후 5시35분부터 한국-토고전 시작까지 4시간 동안 ‘생방송 가자! 대한민국’을 방송한다. 이후 토고전 중계에 이어 프랑스-스위스, 브라질-크로아티아전이 새벽까지 방송된다. 14일 오전 8시30분부터 토고전이 재방송된 뒤 낮 12시50분부터 ‘월드컵 하이라이트’가 이어질 예정이다.
KBS와 SBS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KBS 1TV는 13일 오후 ‘독일 월드컵 승리기원 특별공연’과 토고전 중계, ‘월드컵 특선 앙코르’ 등을 방송하며, 2TV는 프랑스-스위스전 중계와 브라질-크로아티아전 중계, 14일 오전에는 토고전 재방송과 월드컵 플러스 등을 방송할 예정이다.
SBS 역시 13일 오후 3시 ‘2006 독일 월드컵 하이라이트’를 방송하고, 오후 8시 응원쇼 ‘가자 16강으로’에 이어 토고전을 중계한다. 이후 프랑스-스위스전과 브라질-크로아티아전도 방송할 예정이다.
사실상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들로 ‘도배’가 되는 셈이다. 이에 방송사 내ㆍ외부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축구보다 ‘주몽’이 보고 싶어요등의 애교 섞인 항의부터 완전히 축구 하나에 미쳐서 모든 게 축구로 빠져드는 듯한 분위기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지금 월드컵 말고도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국민적 관심사는 모두 월드컵에 있고 언론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네티즌들의 반발도 만만치않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자성의 소리가 나온다. MBC 노조는 5ㆍ31 지방선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마땅히 자리해야 할 보도와 프로그램의 자리에는 월드컵이 있었다면서 현 경영진은 일시적인 즐거움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해서 시청률이라는 과실을 챙기겠다는 생각밖에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6일 발표한 ‘월드컵 올인 중단하라’란 제목의 성명서에서 방송사들이 월드컵 특수를 잡기 위한 과열 경쟁에 빠져 채널 선택권을 빼앗고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회 문제들을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면서 방송 3사는 ‘월드컵 방송’을 진지하게 재검토해 사회 현안과 월드컵 관련 방송을 균형 있게 내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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