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씨 피살사건 선고공판 스케치
남편 랜디 샌즈씨, 비교적 순순히 답변
남편에게 10여차례 가까이 망치로 머리를 맞아 참혹하게 살해된 구은주씨 피살사건의 최종 공판이 열렸던 15일 오전 듀페이지카운티 법원 4010호.
법정은 어디론가 쉴새 없이 오가는 변호사들, 이름을 불러도 나타나지 않는 피고인들, 법정 바로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변호사와 의뢰인 등 흔하지 않는 장면으로 인해 오히려 어수선한 분위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방청석 왼쪽 편으로 구은주씨 사건 해결을 위해 측면지원을 아껴오지 않던 여성핫라인의 유경란 사무총장과 한선길 법률담당자, 루시 박 변호사 등이 앉아 있었다. 과거 법정에서 피고인이 세리프의 총을 갈취, 판사를 저격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인지 법정안의 치안은 더욱 삼엄해진 분위기였다. 방탄조끼에 실탄 권총을 소유하고 있는 세리프 요원들 외에도 경찰견까지 대동한 요원들이 한동안 대기하기도 했다.
9시부터 시작된 오전 재판이 어느 정도 지난 10시 30분경, 구씨 사건의 용의자인 랜디 샌즈씨가 마침내 모습을 나타냈다. 세리프 요원과 함께 나타난 샌즈 씨는 오렌지색 죄수복에 하얀 운동화, 머리는 가르마를 탔으며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는 다소 어리둥절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지만 비교적 재판 절차에는 순순히 협조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샌즈씨가 변호사와 함께 마이클 버케 판사 앞에 서자 재판이 시작됐다. 버케 판사는 우선 샌즈씨의 학력은 어느 정도인지, 영어는 충분히 구사하는지, 1급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등 기본적인 사항을 묻기 시작했다. 이어 조 루지아스 담당검사가 지금 까지 조사된 구씨 사건의 정황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루지아스 검사가 사건 정황을 설명하는 동안 샌즈씨는 간혹 기침을 하기도 했다. 크게 아픈데는 없었지만 어딘지 불편한 곳은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검사의 모든 설명이 끝난 후 ‘유죄를 인정하느냐’는 버케 판사의 물음에 샌즈씨는 ‘유죄다(Guilty)’라고 분명히 대답했다. 버케 판사는 샌즈씨가 비교적 순순히 유죄임을 인정했음에도 ‘누군가 유죄라고 인정하도록 협박한 적이 있느냐’며 법적인 절차를 분명히 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주요 절차가 어느 정도 끝나자 여성핫라인의 한선길 법률담당자가 한국에 있는 구은주씨의 동생 구재철씨가 보내온 희생자진술서를 영문으로 번역해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한씨가 진술서를 읽는 동안에는 법정안에 있던 수십명의 사람들은 어떠한 동요도 하지 않고 주의 깊게 진술을 경청했다. 방청석 앞줄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은 크지 않은 목소리로 ‘지저스’ 라고 내뱉으며 가정폭력이 빚어낸 참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모든 절차가 끝나자 버케 판사는 샌즈씨를 향해 감형없는 35년 징역 형을 선고했으며‘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상급 법원을 통해 항소 할 수 있다’ 는 말을 전했다. 이날 법정에는 시카고 트리뷴지 등 주류언론사 기자들도 참석해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공판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여성핫라인 유경란 사무총장과 한선길씨는 “이번 사건은 가정 폭력이 결국 살인이라는 끔찍한 사회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준 사건”이라며“앞으로는 이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도록 계몽하는 기회를 갖자”고 말했다.
<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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