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타운서 10만명 이민 합법화 촉구 시위
우린 범죄자가 아니다.
지난 10일 시카고 다운타운에는 연방상원 법사위원회에 계류중인 반이민법안 ‘HR4437’에 반대하는 이민자 10만여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는 히스패닉뿐만 아니라 아이리쉬, 폴리쉬, 중국계, 아프리칸계 등 이민자들이 시위 주최 단체들이 임대한 200여대의 스쿨버스를 타고 멀리는 워키간, 오로라 등지에서 속속 모여들었다. 정오를 기점으로 유니언 파크(애쉬랜드 & 레익)에서 집결한 이들은 다운타운 루프지역을 가득 메우며 2시간에 걸쳐 연방청사(230 S. Dearborn)앞 광장까지 행진했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함께 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걷는 이들은 마치 이곳이 시카고가 아닌 남미의 어느 도시 골목이 아닌가를 연상케했다. 연방청사 앞광장에 모인 이들은 발디들 틈도 없이 빼곡히 들어서서는 북쪽으로는 매디슨, 남쪽으로는 루즈벨트, 서쪽으로는 애쉬랜드까지 도심을 가득 메웠다. 일부 단체는 스피커폰을 들고 작은 규모의 시위대를 구성해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구호를 적은 깃대는 물결치듯 다운타운을 메웠고, 시위대는 성조기를 비롯 멕시코, 에콰도르 등 출신 국가의 국기를 함께 들고 행진했다.
시카고 경찰측은 약 10만명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 경찰은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소방차 및 경관을 포진했으나, 시위는 평화롭고 순조로이 진행됐다.
로드 블라고야비치 주지사를 비롯, 리차드 데일리 시카고시장, 루이스 구티에레즈 연방하원의원, 딕 더빈 연방상원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이 빠지지 않고 참가해 지지연설을 펼쳤다. 데일리 시장은 이민자에서 범죄자를 만드는 건 잘못된 법이라고 말했고, 블라고야비치 주지사는 10분간 스패니쉬로 말하며 일리노이는 이민자의 뜻에 따른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루이스 구티에레즈 연방하원의원은 이날 행진을 하면서 이처럼 자랑스러울 수 없었다며 시카고를 지탱하는 이민자의 힘을 모아 기쁘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로 모두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시위에 참가했다. 심지어 식당에서 일하다 음식물이 튄 앞치마를 입고 나온 요리사를 비롯해 먼지와 페인트가 가득 묻은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페인트공도 눈에 띄었다. 한 참가자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불체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를 모르고 관심도 없다. 우리는 당신들을 먹이고 입히고 치우고 무시당하고 살면서도 이곳에 있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멀리 떨어지지 않은 그랜드팍에서는 반이민법안의 통과를 지지하는 미닛맨 세력 및 단체들이 모여 전혀 다른 구호를 외쳐댔다. 소수에 불과한 이들은 이날 시위에 불만을 드러냈다. 미이민개혁연방(FAIR)의 샌드라 건씨는 불법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높여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거만한 행동이며 이는 시카고인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고 연설했다.
독일 출신의 합법적 이민자라고 자신을 밝힌 미닛맨 부회장 카르멘 머서씨는 우리는 또다른 9.11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이민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규모 시위는 시카고 주요 언론들의 톱뉴스로 장식됐다.
<송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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