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올림픽-놀만디 교차로 주변에 줄지어선 한인 비즈니스들이 한인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상을 상징하고 있다.
■1974~2005년 업소록 분석 : 한인경제 발전상
한인 비즈니스 2만개로 급팽창
병원 1,409개 63배 ‘껑충’
한의원 3곳서 325개로 늘어
식당 4년새 2배 ‘포화상태’
업소록을 펴면 한인 경제 발전상이 보인다.”
1974년 제1호를 기점으로 2004년까지 30호가 발간된 한국일보 한인 업소록. 30권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단 하나는 같다.
바로 성공 신화를 꿈꾸며 미국 땅을 밟은 한인들이 피와 땀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업소록에 새겨진 업소 이름 하나 하나가 곧 미국 내 한인 경제가 지나온 발자취요, 현재며 미래다.
업소록을 통해본 한인 경제의 지난 30년은 한마디로 급팽창이다. 1974년 세 명이 한인 5,000여명을 치료하던 한의업계가 2005년에는 325개로 늘어난 게 발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0호 업소록에 따르면 LA, 오렌지카운티, 샌디에고카운티에 소재한 한인 비즈니스는 총 1만9,730개다. 2000년과 비교해도 15.1% 성장한 것으로 한인 경제의 비약적 발전을 짐작할 수 있다.
한인 경제의 지역 기반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LA 한인타운을 벗어나 남진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한인 비즈니스 성장률을 지역별로 나누어 보면 LA카운티는 11.7%, 오렌지카운티는 24.2%, 샌디에고카운티는 26.6%로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정인기 남가주부동산협회장은 “한인타운 등 기존 인기 상권은 매매가가 너무 비싸 신흥 상권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인 경제의 남진 현상을 분석했다. 그러나 지금 한인 경제가 활짝 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작은 미미했다. 이젠 수록 업소가 너무 많아져 혼자 들기조차 무거워진 업소록이 초기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처럼 매우 얇았다. 그만큼 한인 소유 업소도 적었다는 뜻이다.
1977년 제4호를 살펴보면 ▲공인회계사와 회계사무소 28개 ▲에이전트를 포함한 부동산 업체 47개 ▲한인 변호사 7명 ▲식당 51개 ▲이발관 3개 ▲약국을 포함해 병원 22개 ▲에이전트를 포함한 보험 업체 50개 ▲한약방과 침술원 22개가 한인타운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조그만 시골 동네 같아 약국을 포함해야 두 손가락으로 의료 기관을 셀 수 있었던 한인 경제는 이제 병원만 남가주 전역에 1,409개를 거느리고 있다. 28년만에 6,304%라는 비약적인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한인 경제의 발전에도 어두운 그림자는 있다. 바로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부동산 에이전트 등 독립 전문가 집단의 ‘이상 비대증’이다. 한인의 직업 진출에 편식 현상이 너무 심하다. 27년 사이에 변호사는 2.066%, 부동산은 1,630%가 늘어난 게 이를 입증한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최근 4년 사이에만 93.5% 증가율을 보여 1,184개 식당이 문을 열고 있어 한정된 한인 손님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고 있다.
이기영 LA요식업협회장은 “손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식당을 내는 신규 창업자가 너무 많아 이젠 포화 상태”라며 “이러다 보니 남은 건 식당간 가격 경쟁뿐”이라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업소록 광고 살펴보니…
촌티 벗고 세련미 ‘폴폴’
그림 컬러 연예인 첨단으로 발전
‘광고를 보면 역사가 보인다?’
업소록에 게재된 광고는 한인 사회 발전상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1970년대 주를 이루던 그림 광고는 1980년대 컬러사진이 등장하며 모습을 감췄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김희애, 변우민, 채시라 등의 유명 연예인들이 광고 모델로 등장했다.
2000년대부터는 광고도 점차 세련돼 졌다. 총 천연색의 여행사, 스킨케어, 인테리어, 컴퓨터 광고 등 최신 업종들의 광고가 눈에 띈다.
그러나 보험, 부동산 등에는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내건 광고가 주를 이룬다.
컬러사진보다 ‘그림 광고’가 대세를 이루던 1970년대 중반 한 자동차 업체의 광고. 당시 광고 중에서는 음감을 넣어 다소 세련된 스타일로 디자인 됐다.
본격적인 컬러광고가 시작된 1980년대 초반, 탤런트 강부자씨가 이례적으로 LA 광고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광고는 시대를 대변한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광고. 1990년대 초반 헤어와 의류 유행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제는 어머니가 된 인기 탤런트 김희애씨가 LG 모델로 출연했다. 그녀의 앳된 모습이 보이는 광고다.
<김동희 기자>
한인 경제가 보인다”
■1974~2005년 업소록 분석 : 한인경제 변화 과정
주택업→도매업→신사업→인터넷→웰빙산업
77~82년
서점·화장품가게 첫 선
86~90년
의류·봉제산업 급성장
90~95년
노래방·스킨케어 등장
업소록 30권을 보면 한인 경제의 변화 과정을 알 수 있다. 한 나라의 경제가 1차 농수산업 위주에서 산업·정보화를 거쳐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업 중심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한인 경제도 지난 30년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업소록에 추가된 새 업종을 중심으로 해서 한인 경제의 발전상을 살펴본다.
■집안을 단장한다(1977∼82년)
이 시기에는 집안을 단장하는 업종들이 많이 문을 열었다. 냉동·에어콘이 업소록에 새 업종으로 등록됐고 램프·레코드, 커튼·카펫, 유리, 페인트 관련 업소가 속속 문을 열었다.
화장품 가게가 한인타운에 첫 발을 들인 것도 이 시기이고, 구두 수선과 서점이 첫 선을 보여 한인들이 몸과 마음을 단장할 수 있게 됐다. 초기 한인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인 사회 형성에 가장 큰 이바지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 리커 스토어도 이 때 시작됐다.
■집밖을 고친다(1982∼86년)
한인 인구가 40만명으로 늘고 집을 구입한 한인이 증가하면서 주택 관련 업종이 급증했다. 하드웨어·정원기구, 히팅, 루핑, 목공·집수리, 열쇠·금고, 진공 청소기, 플러밍, 페스트 컨트롤 등 주택 관련 산업이 이때 등장했다. 에스크로, 융자 모기지, 은행 등 집 구입과 관련한 금융 서비스도 속속 생겨났다. 여가 산업도 이 시기에 많이 생겨났다. 당구장, 비디오테이프·수리, 애완동물, 체육관, 카메라, 자수 등이 일에 지친 한인들의 몸과 마음을 풀어주었다.
■도매업이 활발해지다(1986∼90년)
이 시기에 접어들면서 각종 재료와 원자재를 공급하는 업종들이 많이 등장했다. 미용 재료상, 염료 판매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무역회사가 속속 설립돼 한인들이 필요한 물건을 들여왔다.
다운타운 의류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봉제 공장과 염색 공장도 문을 열었다. 스왑밋, 창고와 천막 업종도 이때 기지개를 켰다. 기원, 탁구장, 헬스스파, 수족관·열대어, 모터사이클 등 여가 산업도 더 활발해졌다.
■신사업이 도입되다(1990∼95년)
이때는 독특한 업종이 많이 등장했다. 크레딧 카드 서비스가 최초로 생겨났고, 자동판매기 사업이 첫 선을 보였다. 한인타운의 주차 문제가 심각해지자 자동차 토잉 업종이 도입됐다.
노래방, 스킨케어, 영구화장 등이 한인 사회에 처음 들어온 것도 이 무렵이다. 인구 증가와 함께 범죄도 늘어난 탓에 보석금 사업도 생겨났다.
■인터넷 세상에 빠지다(1995∼2000년)
온 세상이 인터넷과 무선 통신의 매력에 빠질 때 한인 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터넷 관련 업종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게임방 수도 늘었다. 이동통신 전화기 업소가 문을 연 것도 이 무렵이다. 경제력 신장과 함께 야외 활동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농장, 캠핑 업종이 활성화됐다.
■웰빙 산업이 대세(2000년∼현재)
건강하게 살자는 웰빙이 큰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대장 세척, 승마 학교 등 웰빙 산업이 각광을 받았다. 세상을 즐기면서 사는 풍조가 늘면서 파티용품 렌트 업종도 호황이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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