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인 바네사는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몸에 일부러 상처를 냈다. 면도칼이나 부엌칼을 사용했다. 상처가 보일까봐 장신구로 가렸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은 맘놓고 자해했다. 바네사는 “나는 창조적이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바네사는 개과천선했다. 지난 18개월간 단 한번만 자해했을 따름이다. 더 이상 자해를 즐기지도 않는다. 변한 자신에 스스로 놀랄 정도다. 면도칼이나 부엌칼로 자기 몸에 상처를 낸다면 정신병자라고 손가락질 할 것이다. 정도가 심해 일반인들과 도저히 섞여 살 수 없는 비정상으로 취급할 것이다. 특히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자해 청소년들이 그렇게 유별난 학생이 아니고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시사주간 ‘타임’이 최근호에서 지적했다.
자해 비율 6~39% 연구마다 이견, 증가 추세엔 합의
여학생이 남학생의 2배 이상… 1년에 745번 한 경우도
면도칼·부엌칼로, 보일까봐 장신구나 긴 옷으로 가려
평범한 가정 자녀도 얼마든지… 행동 변화에 예의주시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을 때 청소년들이 자해에 의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칼로 긋거나 불로 지지거나 부상을 입힌다. 금지옥엽으로 기른 부모가 보면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학술저널 ‘비정상 심리학’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자해 청소년의 비율이 14~3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와 최대의 편차가 너무 심해 신뢰성에 의문이 가지만 그 심각성은 인식할 수 있다.
조금 보수적인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비율이 6%정도다. 하지만 미국에 청소년이 7,000만명이 넘는다. 그리고 자해 행위는 주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부모가 눈치채기 어렵다는 뜻이다. 30년간 이 분야를 연구해온 심리학자 마이클 홀랜더는 청소년 자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 진단과 치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드는 사항은 청소년들이 왜 자해를 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청소년 자해는 불안하고 우울할 때 나타난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폭발성을 내포한다. 고통이 너무 심해 어디론가 뿜어내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한다. 몸에 상처를 냄으로써 해방감을 맛본다. 자해의 상처가 아프지만 억제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는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다는 게 자해청소년들의 얘기다.
웨스트LA 비스타 델마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브리타니(17)는 “신경질이 심하게 날 때 자해를 했다. 당장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상처를 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고 털어놨다. 특히 여학생들은 학교에서 성적이 나빠지거나 집에서 부모와 다투면 자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해는 여학생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남학생들에게도 만연돼 있다. 자해청소년의 약 30%가 남학생이라고 한 연구내용이 있다. 놀랄 일은 이들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다는 점이다.
양부모 아래서 성장했으며 학대를 받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 대게는 몸에 상처를 낸다. 개인차가 심해 연간 적으면 1번, 많으면 745번까지 한다. 통원치료를 받는 중학생 미셸(13)은 “7학년 여학생들은 한번쯤 자해를 시도했다”고 전했다.
자해의 신경학적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해를 이해하는 것을 돕는 가치 있는 연구들이 나왔다. 자해는 고통을 무디게 하는 자연적 마취 효과를 준다는 게 보편적인 이론이다. 에밀리(16)는 “내가 원할 때 자해를 해도 전혀 아픈 줄 모른다. 그러나 원치 않을 때는 종이로 살짝 살이 베어도 아프다”고 했다. 문제는 한 번 자해에 맛을 들이면 마약처럼 자꾸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변증법적 행동 치료’(DBT)라는 게 있다. 워싱턴대 마샤 리한 교수가 고안해 낸 치료법이다. 우선 자해 청소년의 현실을 본인과 가족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해에 대해 비판적인 주장을 자꾸 펴면 청소년들이 치료법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뒤 충동을 통제하고 불안을 참아내며 행동의 결과를 생각하는 단계적 치료법을 받게 된다.
부모가 할 일이 있다. 여름인데 자녀가 긴소매나 더운 바지를 입을 경우, 밥 먹는 습관이나 잠자는 패턴에 변화가 있을 때도 의심해야 한다. 별 이유 없이 화를 버럭 낼 때도 유의해야 한다. 물론 사춘기의 행동변화일 수도 있으므로 지나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특히 기분이 아주 나쁜 자녀가 30분 뒤 기분이 아주 좋아질 경우 의심할 만하다. 청소년들도 자해를 하거나 자해의 유혹에 빠질 때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친구나 부모, 교사에게 대화를 함으로써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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