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집 ‘부뚜막’의 공동대표 김선화(왼쪽)씨, 최혜승(오른쪽)씨, 종업원 김신숙씨. 어머니이자 여자인 이들은 “일하기도 힘들지만, 가족들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승관 기자>
마더스데이 스페셜
가사·자녀양육·비즈니스
소수계 이민여성중 단연 두각
미주 한인 여성들은 한 손엔 아기를 안고, 다른 한 손은 생계를 꾸려야 하는 이중의 짐을 짊어지고 있다. 가정에 충실하고, 사회에서도 무시당하지 않으려는 다짐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힘겹게 달려온 그들에게 사회는 손쉽게 ‘수퍼 맘’이란 이름을 붙여 버렸다.
미국내 이민자 여성중 한인 여성들이 소유, 운영하는 비즈니스는 지난 2000년 현재 3만4,437개로 전국 2위를 차지(본보 4월 7일 보도)할 정도로 한인 여성들의 경제적 성공은 눈부시지만 그 뒤에 가려진 노고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가정이란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도록 남보다 두세배의 노력을 기울이는 그들을 우리는 ‘어머니’라 부른다.
◇가정, 이렇게 값진 일은 없다=일하는 엄마들은 가족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이들을 지탱해 주는 것은 본능적인 모성과 가족들의 이해와 사랑이다.
세딸의 엄마인 화가 고경호씨는 보통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고 6시30분이면 일어나 아이들의 등교길을 챙긴다. LA시티칼리지에 출강하고, 학생들 개인지도까지 하다보면 자신의 작품활동을 할 여유는커녕 한눈팔 시간이 없다. 일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지만 “아이들이 나와 똑같은 길을 가지 않겠냐”는 생각에 “이 시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임한다.
킹드루 병원에서 간호사 채용 디렉터로 근무하는 캐서린 조(50)씨는 아이들이 다 자랐지만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자식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하교길 아이들 픽업도 제대로 못해 1, 2시간씩 기다리며 숙제하기가 부지기수였지만 “엄마 일 그만둘까”란 질문에 철든 남매는 “엄마도 인생이 있으니까, 엄마 일을 계속해야 된다”며 오히려 격려해줬다.
구이집 ‘부뚜막’의 공동대표인 김선화(40)씨와 최혜승(39)씨, 종업원 김신숙(47)씨는 아침에 아이들 학교 데려다준 다음 출근하면 하루 종일 일하면서 짬짬이 교대로 집에 다녀오는 등 식당일 하랴, 아이들 돌보랴, 밤늦게 퇴근 후엔 남편까지 챙기는 초인적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족들에겐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이중고를 넘어선 한인 여성=박계영 UCLA 교수(인류학)는 “한인여성은 사회에서는 소수계로, 가정에서는 여자로 이중고를 겪지만 가정을 중시하는 사고가 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힘”이라고 지적했다.
박교수는 “다 같은 인간인데 수퍼우먼이 따로 있겠냐”면서 “스트레스의 크기에 비해 남편으로부터 가정일에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결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인적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민 온 한인여성이 남성과는 달리 위신보다는 실리를 생각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 시집살이의 경험이 있어 융통성이 있다는 점, 섬세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갖고 있는 점등을 가족비즈니스이기도 한 스몰비즈니스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이유로 꼽았다.
◇수퍼맘 신드롬은 허상이다=수퍼맘은 모성을 지키기 위해 가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직장에서도 책잡히기 싫은 엄마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붙여진 이름이다. 사회가 ‘수퍼맘’을 요구하다 보니, 엄마들은 ‘완벽해야 한다’는 자격지심에 시달린다.
한 직장여성은 “스스로 수퍼맘이 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스트레스를 받지만, 남편은 잘 해 가는 나를 보며 가정 일에 점점 무관심해진다”면서 “이 족쇄를 깨뜨리려면 남편과 자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마더스데이는 잘해도 못해도 미안한 마음뿐인 여자, 그리고 어머니들을 위해 따뜻한 한마디 헌사를 바칠 때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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