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 미국 부시 행정부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62)과 이란 외교관들간 전화통화 수십건을 도청, 엘바라데이 총장을 퇴진시킬 수 있는 근거 자료를 면밀하게 찾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2일 미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 일각에서 엘바라데이 총장이 미국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사실과 최근엔 이란의 핵 개발 의혹에 대해 미국의 안보리 회부 추진과 달리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 보복차원에서 그를 교체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도청자료 분석 결과 엘바라데이 총장이 이란에 편향됐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게 발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엘바라데이 총장에 도전하겠다는 후보자가 없고, 미국 내부에서도 공개적인 퇴진 압력이 초래할 외교적 대가 등을 감안해 그의 교체 추진에 대해 이견이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엘바라데이 총장 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예상했다.

특히 엘바라데이 총장 대안과 관련, 미 국무부는 수개월전부터 후보군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교장관과 함께 한국 관리 2명, 일본 외교관 2명, 브라질 군축 전문가 1명을 검토했으나 한국 관리들과 브라질 전문가는 두 나라가 핵관련 문제 때문에 IAEA의 조사를 받는 바람에 다우너 장관이 1순위 후보로 올라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집트 출신에 뉴욕대에서 국제법을 가르쳤던 엘바라데이 총장은 내년 여름 2차 임기가 끝나지만, IAEA 이사국 다수가 연임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이 그의 연임을 막기 위해선 35개 이사국의 3분의 1이상을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지만 최우방인 영국마저 미국의 동기가 보복에 있다고 판단, 소극적인 태도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최근 일부 미국 관리들이 엘바라데이 총장이 이란 핵프로그램의 상세한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고 고의 은폐하고 있다고 익명으로 비난하는 전술을 쓴 것도 미 행정부 일각의 엘바라데이 총장 교체 계획의 일환이라고 이 신문은 전하고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미 행정부내에선 존 볼턴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이 엘바라데이 총장 축출에 열심이지만, 사임을 발표한 콜린 파월 장관은 그런 외교력이 있다면 IAEA 이사국이 이란에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하도록 설득하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고 이 신문에 제보한 미 관리는 설명했다.

유엔개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가레스 에반스 전 호주 외교장관은 엘바라데이 총장을 높이 평가하면서 미국이 북한, 이란 등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엘바라데이 총장보다 더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국은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기사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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