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스프라이스센터 가득히 진열돼 있는 유과가 28일 추석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잡채에 쓰일 당면을 정성스레 고르는 주부들의 손길에서 ‘가족 사랑’이 느껴진다. <신효섭 기자>
귀성인파 없어도 밤·대추등 제수용품 파는 마켓·떡집 ‘북적’
한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하루 앞둔 27일 코리아타운 갤러리아 마켓. 김재영 할아버지(70·칼튼시 거주)는 추석 차례상에 올릴 햇밤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조상께 드릴 올 첫 ‘수확 보고’인지라 김 할아버지는 바구니 하나를 다 뒤져 잘 생긴 밤 한 톨을 찾아냈다.
“올해로 이민 온 지 23년 됐지만 설날과 함께 추석 차례상을 건너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무리 바빠도 차례상은 삼색 이상으로 갖춰 조상을 마음으로 섬긴다. 그게 후손의 자세다.”
같은 몰에 있는 떡집 호원당. 20대 딸이 “뭔 떡을 이리 많이 사냐”고 한 마디 하자, 50대 어머니가 “추석은 원래 떡 먹는 날이니까”라고 가르친다. 결국 샤핑 백에는 채반 하나에 그득히 담긴 송편이 들어갔다.
떡 담기에 여념이 없는 호원당 직원은 “설날과 함께 추석이 되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져 정말 바쁘다”며 “사람들이 선물용 뿐 아니라 집에서 식구끼리 나눠 먹을 송편을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미국이라 추석이 휴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추석은 ‘또 다른 오늘’이 아니다. 추석이 되면 한국에 두고 온 가족이 더 그리워지고, 고향집 뒷동산으로 내쳐 달리고 싶어진다. 송편과 보름달에 가족들 얼굴이 겹쳐지는 것도 다 같은 맥락이다.
그런 마음들이 타운 곳곳에서 느껴진다. 마켓에는 단감, 밤, 토란, 사과, 배, 대추 등 햇곡식이 풍성하다. 떡집에는 떡 찌는 연기가 자욱하다.
코맥스 통신판매의 이자호 전무는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다고 해도 추석이 되면 고국으로 선물 보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그 옛날 짚 줄에다 고기 한 근 묶어가던 마음은 그대로 이어져 올해도 갈비, 꼬리 등 고기 세트가 가장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선물 속에 함께 넣어 보내는 ‘부모님 건강하세요’, ‘추석에도 못 찾아 뵙는 것 용서하세요’ 등의 메시지를 보면 아직도 정이 살아 흐르는 것을 느낀다”며 “선물을 친가와 처가에 나란히 하나씩 보내는 것에서나 세월이 바뀌었음을 알 뿐”이라고 말했다.
박정수 정스프라이스센터 매니저는 “요 근래 사나흘 사이에 210달러인 나무 제기 세트가 20개 이상 팔렸다”며 “타향에서도 조상을 섬기는 한인 전통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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