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3개월전 외아들 잃은 구연진씨
“슬픔으로 직장도 그만 두었으나 이제는 극복 노력
눈물 흘리며 “내년에 지미 닮은 아이 가질 계획”
구연진(39·알리소비에호 거주)씨는 올해부터 ‘어머니 날’에 아들에게 선물을 받지 못한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 지미(10·한국명 재민)군을 잃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날’을 맞아 특수를 누리려는 업체들의 쏟아지는 TV 광고는 먼저 떠나간 지미의 빈자리를 더 크게 느끼게 한다.
지난 1월30일 구씨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전화를 받았다. 친구들과 영화를 본다며 집을 나섰던 지미가 샌클레멘테 크리코리안 극장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생사를 헤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병원에서 일했던 구씨는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어린이 교통사고를 봐왔지만 구급차 안에서 온통 피투성이가 된 채 산소호흡기에 연명하는 지미의 모습을 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미는 떠났다.
“지미가 멀리 떠나던 날 이상한 경험을 했어요. 생전 입어보지 않았던 지미의 잠옷을 유독 입어보고 싶더라구요. 서랍장 제일 구석에 있던 옷을 꺼내 입은 내 모습을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을 때 지미가 죽어간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지미가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엄마의 온기를 한 번만 더 느끼고 싶어 그랬던 같아요” 그 이후로 구씨의 손수건은 마를 날이 없었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루에 먹는 음식이라곤 빵 한 조각, 커피 한 잔뿐이었다.
7년 넘게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음독자살을 시도,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 적도 있다.
결국 가족들의 권유로 구씨는 일주일에 한번 의사를 만나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약도 먹기 시작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마음의 안정도 어느 정도 찾았고 식욕도 생겨 살도 조금씩 찌고 있다.
구씨는 “지미를 잃은 슬픔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삶의 의욕도 완전히 잃어 버렸다. 이제는 날 걱정해 주는 남은 가족들을 위해서 힘들지만 지미의 죽음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구씨는 지미의 뼛가루가 담긴 항아리를 쓰다듬으며 인사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했다. 구씨는 “내년쯤 다시 지미와 꼭 닮은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이왕이면 쌍둥이를 낳고 싶다”며 “지미가 자기 동생들이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멀리서나마 흐뭇한 웃음을 지을 것”이라며 꼭 쥔 두 손위로 눈물을 떨어뜨렸다.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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