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결혼 70주년 금강혼식을 치르는 김동호(91)할아버지와 허죽송(86)할머니가 결혼 기념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수 기자〉
김동호-허죽송 부부 결혼 70주년 축하연
67년 미국 이민…증손까지 직계자손 52명
70년 세월의 풍파에도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노부부의 금강혼식이 열린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50년 해로는 드물지 않지만 70년을 함께 산다는 것은 부부가 함께 장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 흔한 축복은 아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13일 금강혼식을 치르는 김동호(91) 할아버지와 허죽송(86) 할머니. 1934년 3월13일 함경북도 성진에서 한 이불을 덮은 지 어느덧 70년. 이들 노부부는 단단한 금강석에 견줄 정도로 긴 세월을 함께 보내 자식과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당시 17세 허죽송양은 성경을 공부하기 위해 고향 길주를 떠나 한 달간 함북 성진의 성경학교에 유학 왔다. 허양을 어여삐 본 김동호씨의 고모부는 두 사람의 맞선을 몰래 주선했고 한 달만에 두 사람은 혼례를 올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결혼하기를 싫어한 22세 청년 김동호씨는 이미 집안끼리 정한 약혼을 5번이나 깬 전례가 있었다. 극구 결혼하기를 거부한 김씨지만 “이번에 혼례를 안 하면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고모부의 엄포와 다소곳하고 예쁘장한 허양의 매력에 끌려 마침내 70년 인연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들에게 찾아온 첫 시련은 분단. 공산당의 탄압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들 부부의 발걸음을 서울로 돌리게 했다. 천신만고 끝에 5남매를 이끌고 서울에 도착한 부부는 김씨의 아버지와 만나게 됐다. 김씨의 아버지는 김씨 생후 6개월만에 미국 망명길에 올랐었다.
결혼 34년째인 지난 67년 이들 부부는 김씨 아버지의 초청으로 롱비치항에 도착하게 된다. 정원사, 전기공, 목수 등으로 일하다 은퇴한 김 할아버지는 9남매를 미국 땅에서 훌륭히 키워냈다. 자식들은 컴퓨터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직계 자손은 증손까지 52명에 이른다.
김씨의 딸 매리언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부모님이 비즈니스는 말리셨다”며 “돈을 만지면 정직하게 살 수 없다는 부모님 말씀을 9남매가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금강석처럼 빛나는 이들 노부부의 70년 세월은 쉽게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젊은 세대의 거울이 될만하다.
코비나에서 넷째 딸 김경애씨 집에서 함께 사는 이들 부부는 정정하며 20일 오후 5시30분 한인타운 만리장성에서 금강혼식이 열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