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을 상대로 지루한 피해보상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권오헌(왼쪽)옹과 정재원옹.
일 기업 제소 강제 징용 피해자 정재원·권오헌옹
“용서요?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과는 커녕 역사적 진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는 그들을 어떻게 용서합니까”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몇 년째 지루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 정재원(82)옹과 권오헌(84)옹. 3.1절 85주년을 맞았지만 가슴에 맺힌 한과 고령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답답함과 쓸쓸함은 오히려 커져만 가고 있다. 이들은 또 역사적 진실규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정부와 한인사회의 무관심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내비쳤다.
일본 시멘트 제조업체 오노다(현 다이헤이오)사를 상대로 시작한 손배소송이 5년이 넘도록 본 재판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정재원옹은 “일본의 총리까지 나서서 재판을 방해하는 것을 보면 정말 ‘악질’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쉽게 이길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으며 일본의 극악무도한 전쟁범죄를 일부나마 재판기록에 남길 수 있는 것만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옹은 또 “전범을 저지른 오노다사가 한국기업의 경영권을 차지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도 젊은이들도 고통과 억압의 지난 역사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씨 소송은 캘리포니아주 특별법(일명 헤이든법)에 의거, 지난 1999년 10월 소송을 시작했지만 일본측은 이 법이 연방법에 위배된다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본재판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20대 초반이던 1944년 옛 서울중학교 인근에서 서점을 운영하다 책을 훔쳐 달아나는 일본인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고등계 형사에게 붙잡혀 결국 요코하마의 미쓰비시사 조선소에서 혹독한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권옹 역시 “그때를 생각하면 솔직히 아직도 요절을 내버리고 싶을 정도”라며 “일각에서 ‘미래지향적 관계’ 운운하지만 이는 일본의 진실은폐를 위한 얄팍한 술책”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최근 탤런트 이승연씨의 위안부 누드 파문과 관련, ‘역사를 악용한 상술’이라면서도 덕분에 위안부 문제 등 우리의 어두운 역사를 세상에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황성락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