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이 물러서야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김병현과 밥 브렌리 감독의 갈등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서로의 생각하는 바가 다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김병현의 생각은 이렇다. 세이브 상황에서 상대 타자들이 무서워 마무리 투수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일단 기회를 준 후 결과가 나쁠 경우에는 감독의 투수 기용 방법에 대해 ‘토’를 달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브렌리 감독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투수들의 능력보다는 그 동안의 데이터를 ‘바이블’로 삼고 이에 맞춰 선수를 기용하겠다는 자세이다.
이는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된 바 있다. ‘초보 운전사’였던 브렌리 감독은 경기 후반 살얼음판 상황이 되면 덕아웃에서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매치업’이다. 타자들과 투수들간의 대결 결과 등이 적힌 조그만 책자로 여기에 맞춰 타자와 투수를 기용하곤 했다.
이 때문에 브렌리 감독의 감독은 ‘메치업’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여기에다 김병현은 좌타자들에게 약하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 김병현은 우타자(지난 해 피안타율 .158)에 비해 좌타자(.199)에게 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오른손 투수가 왼손 타자를 1할대로 묶었다는 것은 상당히 잘 막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트 실링도 지난 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할4푼8리에 이르렀다.
김병현은 ‘오해’를 풀기 위해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체인지업을 익혔다. 덕분에 시즌 들어서는 좌타자를 상대로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고 있다. 팀의 마무리 투수로 열심히 준비한 김병현으로서는 분노가 폭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브렌리 감독의 스타일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 특히 선수 기용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감독의 ‘신성 불가침’ 지역이다.
이렇듯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서로가 한 발씩 물러나지 않으면 도저히 접점을 찾을 수 없는 평행선과 같아 보인다.
따라서 이미 자신의 뜻을 감독에게 전한 김병현이 완전히 마음을 비우고 한 발 물러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보란듯이 실력으로 감독의 ‘데이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피닉스-이석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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