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지금 가장 공포의 대상은 살인적 수준이라는 초호화 막강 타선이 아니라 ‘방화범 집합소’로 불리는 불펜이다.
이 불펜이 한번 뜨면 가공할 파워를 지녔다는 레인저스의 살인적인 타선도 맥을 못추고 고개를 숙인다.
마치 프로페셔널 방화범들만 모인 것처럼 마운드에 오르는 구원투수마다 불을 끄기는커녕 기름을 부어대니 아무리 막강한 타선이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언제까지나 계속할 재간이 없는 것. 시즌 시작부터 레인저스가 날개 부러진 새처럼 수직추락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를 다른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15일 벌어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레인저스는 타선이 장단 16안타를 몰아치며 11점을 뽑아내 경기도중 3번이나 역전 또는 동점에 성공했지만 결과는 변함 없이 L(패배). 연장 10회초 6번째 투수 댄 미셀리가 2점을 내준 것이 결정타가 돼 11대13으로 졌다.
패배의 주범은 물론 불펜. 5이닝동안 7점을 내줬다. 불펜 붕괴는 이제 뉴스도 아니다. 이번 4연전 시리즈에서 레인저스 불펜 성적은 그야말로 ‘투수코치의 악몽’이었다. 4게임에서 세이브 실패(Blown Save) 2개와 2패를 챙겼고(?) 17이닝동안 19점을 내줘 이 기간 방어율이 10.06. 타선은 매리너스의 빼어난 투수진을 상대로 4게임에서 25점을 뽑아내며 할 만큼 했지만 ‘무서운 불펜’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매리너스(11승3패)에 홈에서 4연패 싹쓸이를 당한 레인저스(3승10패)는 시즌 개막 2주만에 선두에 무려 7.5게임차로 처져 꼴찌 굳히기에 들어간 듯한 인상이다.
문제는 레인저스가 지난 오프시즌 신임 GM 잔 하트의 리드아래 박찬호를 비롯, 무려 10명의 투수를 새로 영입하는 등 투수력 강화에 열을 올렸고 그 와중에 팀 페이롤이 메이저리그 랭킹 3위에 해당되는 1억530만 달러까지 치솟았음에도 불구,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잔 락커, 스티브 우다드, 터드 밴 파플, 루디 시에네스, 댄 미셀리 등 하트가 데려온 선수들이 주축이 된 불펜은 15일까지 1승5패, 방어율 7.71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맞은 6번의 세이브 기회를 딱 1번을 빼곤 모조리 실패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좋아질 희망이 안 보인다는 것. 부상자명단에 올라있는 클로저 제프 짐머만과 셋업맨 제이 파월은 앞으로도 최소한 한 달을 못나오며 또 다른 구원투수 리치 로드리게스는 미니멈 2달은 고장난 상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선발투수 데이브 버바의 망연자실한 표정은 지금 레인저스의 심경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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