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진료를 보다 보면 환자들이 이 질문을 자주 묻는다. 특히 스타틴(statin) 처방을 처음 받는 환자들은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평생 먹어야 하나요?”, “부작용은 없나요?”, “콜레스테롤이 조금 높다고 꼭 약을 먹어야 하나요?” 같은 질문도 흔하다. 그만큼 스타틴은 현대 의학에서 가장 널리 쓰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많은 논쟁이 있었던 약 중 하나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스타틴 치료가 사실은 수십 년 동안의 치열한 논쟁과 연구 끝에 자리잡았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원인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1950~60년대만 해도 의학계 내부에서는 “콜레스테롤은 단순한 결과일 뿐”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당시 미국의 생리학자 안셀 키스(Ancel Keys)가 여러 국가를 비교한 연구를 통해 식습관과 콜레스테롤, 심혈관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하면서 비로소 ‘콜레스테롤 가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짜 전환점은 1970년대였다. LDL 콜레스테롤이 실제 혈관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일본의 엔도 아키라 박사는 곰팡이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물질을 발견했고, 이것이 훗날 스타틴의 시작이 된다.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효소를 억제해 LDL을 낮춘다. 지금은 너무 익숙한 약이지만, 당시에는 우려도 상당했다. “콜레스테롤은 몸에 필요한 물질인데 너무 낮춰도 괜찮은가?”라는 의문이 있었고, 실제로 의학계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논쟁에 결정적인 답을 준 것이 1994년 발표된 유명한 4S 연구였다. 스타틴을 사용한 환자에서 단순히 LDL 수치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심근경색과 사망률 자체가 감소한 것이다. 이후 여러 대규모 연구들이 이어지면서 스타틴은 현대 예방심장학의 핵심 치료로 자리잡게 된다. 하지만 스타틴의 역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 현대 심장학에서 더 중요한 변화는 “무조건 LDL 숫자를 낮추는 시대”에서 “환자의 전체 위험도를 평가하는 시대”로 넘어왔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LDL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약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LDL 수치라도 사람마다 위험이 다르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LDL이 높아도 평생 심장병 없이 지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LDL이 심하게 높지 않아도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환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3년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는 ASCVD Risk Calculator를 도입했다. 단순 콜레스테롤 수치뿐 아니라 나이, 혈압, 흡연, 당뇨병, HDL 등을 종합해 향후 10년 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이제 의사들은 단순히 LDL 수치 하나만 보고 약을 결정하지 않는다. 같은 LDL 150이라도 30대 건강한 여성과 70대 당뇨병 환자의 위험도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치료는 숫자를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6년에는 이 개념마저 다시 진화하고 있다. 기존 ASCVD calculator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해진 비만, 만성신장질환, 심부전 위험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되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등장한 것이 PREVENT equation이다. 새로운 모델은 BMI, 신장기능, 대사질환 요소 등을 포함해 보다 현실적인 위험 평가를 시도한다.
이는 현대 의학이 단순히 심장병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심장·신장·대사 건강을 하나의 연결된 축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심장학계는 앞으로 PREVENT 기반 위험 평가를 점차 확대 적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과거에는 혈액검사 숫자 하나를 조절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환자의 나이, 생활습관, 대사 건강, 신장기능, 노화 과정을 함께 고려하는 시대가 되었다. 다시 말해 현대 예방의학은 더 이상 ‘콜레스테롤 치료’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 건강하게 늙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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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빈 박사 케이데이 페이스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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