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통해 주로 조산아들에게 공급되는 모유는 기부자에 대한 사전 혈액검사와 모유 세균검사 및 저온살균 과정을 거친다.
아기를 모유로 키우자’는 풀뿌리 차원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돌리듯 소의 젖은 송아지에게 넘겨주고 유아에겐 모유를 먹이자는 실천적 노력이 확산되고 있는 것. 모유 먹이기 캠페인을 이끄는 양대 조직으로는 북미모유은행협회(HMBANA)와 휴먼밀크 4 휴먼 베이비스(Human Milk 4 Human Babies)가 꼽힌다. 이들 가운데 HMBANA는 주로 병원을 통해 병든 아기나 조산아들에게 모유를 제공하는 반면 후자는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엄마들이 직접 젖을 나눌 수 있도록 연결해 준다.
기증 받은 모유 조산아 등에 공급하는‘밀크 뱅크’
인근지역 엄마들 연결시켜 젖 나누는‘HMBANA’등
수요 빠르게 확산… 일부선“세균감염 우려”제기도
관계자들에 따르면 모유 수요는 빠른 속도로 확대 재생산을 거듭하고 있다.
예를 들어 HMBANA에 속한 캘리포니아주 샌호제 소재 마더스 밀크 뱅크(Mother’s Milk Bank)는 지난해 이맘때쯤까지만 해도 알래스카와 하와이의 병원에 1개월분 모유를 한꺼번에 공급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마더스 밀크 뱅크의 대변인이자 모유 기증 회원인 폴린 사카모토는 “수요가 넘쳐 이젠 한 번에 일주일분을 공급하기도 버겁다”고 밝혔다. 수요 증가를 공급이 뒤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카모토는 “재고가 바닥나 냉동실이 텅 비어 있는데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새로운 공급원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2011년 HMBANA를 통해 공급된 모유는 약 218만온스로 2009년의 150만온스와 2010년의 180만온스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수요가 이처럼 증가한 이유는 조산아들에게 기증받은 모유를 사용하는 병원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HMBANA는 샌호제의 마더스 밀크 뱅크를 포함, 덴버, 인디애나폴리스, 보스턴, 아이오와 시티, 미시간주의 카라마주, 노스캐롤라이나의 랠리, 텍사스주의 포트워스와 오스틴 등의 도시에 총 12개 모유은행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 5월 미주리주 캔사스시티에서 문을 연 뒤 8월10일 HMBANA에 합류한 ‘세인트 루크스 하트 오브 아메리카 모유은행’(St. Luke’s Heart of America Mothers’ Milk Bank)이 가입 순서로 보아 조직의 막내에 해당한다.
사카모토 HMBANA 대변인은 캔사스시티 외에 마이애미주 올란도와 오리건주 포틀랜드, 몬태나주의 미졸라에도 곧 새로운 모유은행이 조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위스콘신과 일리노이 지역을 담당할 새로운 HMBANA 소속 모유은행을 추가하기로 했으나 어느 도시에 기반을 둘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모유 은행으로부터 젖을 공급 받으려면 의사의 처방을 얻어야 한다.
개별 병원의 소아과 중환자실(ICU) 담당부서에서 의사의 처방전을 얻어 모유은행에 주문을 내면 하루 만에 우편으로 냉동모유를 전달받게 된다.
기증된 모유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검사를 거친 후 저온살균 처리과정을 밟는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병원 측이 지불한다.
모유은행은 기증자의 혈액검사와 세균검사 및 저온살균에 들어가는 실제 비용을 근거로 온스당 3달러에서 5달러를 부과한다.
이처럼 조직화된 비영리 ‘밀크 뱅킹’의 성장과 발맞춰 보다 캐주얼한 모유 나누기도 빠른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간의 아기를 위한 모유’라는 뜻을 지닌 휴먼밀크 4 휴먼 베이비스(Human Milk 4 Human Babies)는 출산 후 젖이 제대로 돌지 않는 산모와 젖이 남아도는 엄마를 연결시켜 주는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 우편으로 모유를 전달받는 조직적 방식 대신 같은 동네의 엄마들이 직접 만나 냉동박스에 담긴 젖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이들을 묶어주려면 아무래도 동네 단위의 연결망을 갖추어야 한다.
‘휴먼밀크 4 휴먼 베이비스’의 창립자인 엠마 카스니카(34)는 페이스북을 이용해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카스니카는 2010년 ‘이츠 온 피츠’(Eats on Feets)라는 단체를 조직한 뒤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젖을 공유하려는 엄마들을 물색했다.
이런 방식으로 모유를 제공하겠다는 엄마와 이를 필요로 하는 산부 20여쌍을 한데 묶어 준 카니스카는 페이스북에 거주지별 페이지를 만들면 광범위한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훨씬 효과적인 체제를 갖출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2011년 3월 단체의 성격을 보다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명칭을 ‘이츠 온 피츠’에서 ‘휴먼밀크 4 휴먼 베이비스’로 바꾼 후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휴먼밀크 4 휴먼 베이비스’ 지역별 페이지를 관리하겠다는 엄마들도 줄을 이었다.
현재 350명의 여성 자원봉사자들이 미국의 각 주와 52개국을 커버하는 120개의 페이스북 개별 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한 조를 이루게 된 엄마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사용자들에게 보고 의무가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모유를 제공하는 측과 공급받는 측 사이에 금전이 오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은 나름의 위험을 내포한다. 병원과 모유은행을 매개로 한 시스템과 달리 엄마들 사이의 무료 공유체제는 세균검사와 저온멸균 소독 등의 안전장치를 거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세균 전염의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카니스카도 확률이 낮긴 해도 가능성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고 시인한다.
하지만 자신의 거처에서 불과 수마일 떨어진 곳에 사는 여성에 관해 알아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서로의 집을 방문할 수도 있고, 아이들끼리 친구인 경우도 있다. 전염성 질환을 갖고 있으면서 이를 속이고 젖을 내놓겠다고 나서는 ‘엄마’는 거의 없다. 상대에 대한 아무런 사전 파악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덥석 동네 아낙의 젖을 “금쪽같은 내 아이”에게 먹이는 엄마도 드물기는 마찬가지다.
이럭저럭 상식에 바탕으로 한 최소한의 예방장치가 가동되는 셈이다.
그러나 사카모토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사카모토는 HMBANA와 ‘휴먼밀크 4 휴먼 베이비스’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며 “인류사의 초창기부터 엄마들은 모유를 공유했다”면서도 병원을 매개로 하지 않는 비공식적 모유 나누기는 질병 감염의 위험과 잠재적인 법적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카모토는 “과거의 경우 모유를 공유하는 여성들은 친 자매처럼 개인적으로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며 “그러나 인터넷 시대가 개막된 이후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제 우리가 상대에 관해 아는 것이라곤 컴퓨터에 떠 있는 개인정보 정도에 불과하다”며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모유 공유가 부담 없이 편안할 수 있지만, 연결망이 확대될수록 위험부담이 커지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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